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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성폭행 사건/ 범인 고종석, 5년전 피해아동 언니에 과자 사주며 삼촌 노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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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성폭행 사건/ 범인 고종석, 5년전 피해아동 언니에 과자 사주며 삼촌 노릇했다

입력
2012.09.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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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범 고종석(23)씨가 A(7)양을 무참히 짓밟을 당시 그의 기억은 5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고씨는 당초 범행 대상으로 평소 자신이 "이모"라고 부르던 A양의 어머니 C(36)씨의 큰딸 B(12)양을 정했지만, 정작 C씨의 집에서 납치한 아이는 셋째딸 A양이었다. 술에 취해 5년 전 일곱 살이던 큰딸이 그 사이 많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일곱 살쯤 돼 보이는 A양을 큰딸로 착각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시10분쯤 나주시 영강동의 한 PC방. 술 냄새를 풍기며 12번 좌석에 앉아 게임을 하던 고씨의 머릿속에는 '여자아이와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평소 일본 아동 음란물을 봐왔고 술을 마시면 성적 충동이 더 커졌던 그는 잠시 후 C씨가 PC방에 들어와 맞은편 구석 21번 좌석에 자리를 잡고 컴퓨터를 켜자 불현듯 B양이 떠올랐다. 5년 전 C씨 집 인근에서 6개월가량 살 때 C씨가 운영하던 분식집을 드나들었던 그는, 당시 과자도 사주며 잘해줬던 B양을 자신의 성욕을 풀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고씨는 10여분 뒤 게임을 끝내고 C씨에게 "애들은 잘 있느냐"고 물은 뒤 PC방을 빠져나가 70여m 떨어진 C씨의 집으로 향했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간 고씨의 눈에 잠을 자고 있던 C씨의 자녀 4명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B양을 찾던 고씨는 곧바로 거실 가장자리 출입문 쪽에서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들춰 메고 나왔다. B양은 거실 안쪽에서 자고 있었지만 고씨는 5년 새 훌쩍 커버린 B양을 아이들 아버지로 착각했다.

고씨는 어깨에 이불째 메고 가던 A양이 잠에서 깨자 "삼촌이다.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A양을 5년 전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곧잘 따랐던 B양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A양을 200여m 떨어진 영산대교 아래로 끌고 간 고씨는 짐승의 본색을 드러냈다. 제14호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자 고씨는 비를 피해 다리 아래로 가 A양을 성폭행했다. 고씨는 이 과정에서 반항하는 A양을 수 차례 폭행했고 A양의 왼쪽 볼과 왼쪽 손목을 이빨로 물기까지 했다.

고씨의 잔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A양이 "살려달라. 그러지 말라"고 울부짖으며 몸부림치자 손으로 A양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 A양이 저항하면 할수록 A양의 목을 누르고 있던 고씨의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고씨는 A양이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자신이 끌고 온 A양이 5년 전 일곱 살짜리 B양인 줄 알았던 것이다. 고씨가 A양이 경찰에 신고할 수 없도록 A양을 살해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이때였다. 고씨는 A양의 목을 더 세게 압박하면서도 성폭행을 멈추지 않는 잔인함을 보였다. A양의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지기 시작했고, 이내 거친 숨소리를 내던 A양은 몸이 축 처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고씨는 기절한 A양이 숨진 것으로 알고 그대로 달아났다.

"죽고 싶습니다.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 1일 범행 현장검증에 이어 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나타난 고씨는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나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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