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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 건축문화 부끄러운 현주소만 보여준 베니스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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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 건축문화 부끄러운 현주소만 보여준 베니스 비엔날레

입력
2012.09.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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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원천적인 힘을 보여주기는커녕 한마디로 우리 건축문화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보여준 자리였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제13회 건축전)를 둘러본 한 건축 전문가는 한국관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건축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의 전시기획과 진행 수준은 평가하기조차 부끄럽다는 의미다.

'건축을 걷다'라는 테마로 열린 한국관에는 참여 건축가 8인의 영상작품이 설치됐다. 지난 7월 18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영상이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주제의식은 전혀 엿볼 수 없는, 아마추어적인 홍보 영상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설계한 건축을 카메라로 훑어내고, 여기에 인터뷰를 덧붙인 정도다.

올해 한국관은 모호한 건축가 선정 기준으로 개막 전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선정된 건축가 8명 중 4명이 대형 건축설계사 임원이라는 점 때문에 유명세에 의존한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한 비판은 한국관이 설치된 1995년부터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까지 건축전 역대 커미셔너 9인 중 대다수가 특정 건축가모임 멤버이며, 올해 참여작가에는 건축가협회의 전 회장과 차기 회장이 포함됐다. 올해 캐나다관의 경우 2년 전부터 기획안 공모를 통해 커미셔너를 선정하고 그 기획안을 토대로 작가 공모가 이뤄졌던 방식과는 대비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현지에서의 운영상 미흡함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국관을 알리는 기자간담회(현지시각 8월 28일 12시 30분)에는 외신기자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또한 참여작가는 개막일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 건축가의 절반은 스태프만을 남겨뒀다.

올해의 황금사자상은 쓰나미 이후 주거공간 재건이라는 테마로 3명의 건축가가 참여한 일본관이 수상했다. 실생활의 문제해결을 돕는 건축가의 역할, 한 명이 작업한 듯한 통일감, 시의 적절한 주제 선택과 빼어난 주제 전달력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다. 이번 건축전을 위해 우리 정부는 5억여 원을 지출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언제까지 혈세를 쓰고도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야 하는지 안타깝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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