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본은 '자아'를 찾아 뛰었는데, 애론 크로스는 '알약'만 찾아 헤맸다.
5년 만에 이어진 '본' 시리즈라 기대가 컸다. 2002년 처음 선보인'본 아이덴티티'는 첩보 액션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 강인한 체력에 영민한 머리를 지닌 첩보원 제이슨 본의 캐릭터는 배우 맷 데이먼의 묵직한 매력을 더해 전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성공은 2004년 '본 슈프리머스', 2007년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졌다.
새 영화 '본 레거시'에선 감독과 주인공이 바뀌었다. 2, 3편을 맡았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 대신, 토니 길로이가 메가폰을 잡았다. 새 감독은 본 시리즈 전편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였다. 맷 데이먼 대신 주인공인 애론 크로스역을 꿰찬 제레미 레너는 '허트 로커' '어벤저스' 등으로 한국에서도 낯익은 스타다.
영화는 '본 얼티메이텀'과 엮인 스토리로 전개된다. 제이슨 본의 암약으로 비밀 첩보조직 트레드스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방부의 아웃컴 등 다른 안보 부처의 비밀 프로그램까지 파장이 확산된다. 생체 실험을 통해 체질을 강화시킨 요원을 길러내는 아웃컴의 수장바이어(에드워드 노튼 분)는 모든 관련자를 제거하려 하고, 아웃컴 요원인 애론 크로스는 살해 위협 속에서 분투한다. 생체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파란색과 녹색의 알약이 절실한 주인공이 그 약을 찾아 떠나며 이야기는 본격화한다.
애론 크로스는 맨 몸으로 늑대와 싸워가며 알래스카의 설산을 넘고, 마닐라 주택가의 슬레이트 지붕 위를 겅중겅중 뛰고, 여주인공을 뒤에 태우고 빠른 오토바이 추격전을 벌이지만 전작들이 보여준 제이슨 본의 액션을 넘어서지 못한다. 여주인공격인 연구원 마르타(레이첼 와이즈)가 오히려 빛났다.
기발하고 치밀하게 머리를 써 상황을 풀어내던 제이슨 본에 비해, 새 주인공은 그리 똑똑해 보이진 않는다. 재주라면 기가 막히게 달리는 오토바이 솜씨와, 밤새 여권을 직접 복제하는 손재주 정도랄까. 서울의 강남 거리와 지하철 장면이 잠시 나오지만 분량은 서너 컷에 총 1분 정도다.
아쉬운 듯한 액션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이게 정말 끝인가 싶다. 후속편을 기대하고 여운을 남긴 것 같은데, 글쎄 후속이 가능할까?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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