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완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에게 된통 당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동부지방법원의 로버트 페인 판사는 30일 "첨단섬유 아라미드 제조사인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미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 생산, 판매, 판촉 등을 향후 20년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 법원 배심원단은 이미 지난해 9월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코오롱에 배상금 9억2,000만 달러(약 1조원) 지급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이번 판결은 섬유제품 판매금지에 관한 소송이었다. 코오롱은 이튿날 집행정지를 긴급 신청했고 항소법원은 이를 수용했다.
이번 판결은 여러모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을 닮았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이 진행된 캘리포니아는 애플의 본사가 있는 곳이고, 코오롱과 듀폰의 소송은 듀폰의 아라미드 공장이 있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진행됐다. 지역 출신 배심원단이 지역기업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판결했다는 것이다. 특히 페인 판사는 현재 듀퐁의 소송을 맡은 법률회사에 21년간 근무를 했다.
배상금도 턱없이 많다. 삼성과 애플간의 소송에서는 무려 10억5,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배상하라고 한데 이어 코오롱에 9억2,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코오롱은 미국시장 판매를 시작한 이후 300억 원 규모의 아라미드 섬유를 판매했을 뿐이다. 코오롱은 2005년 아라미드 섬유를 세계 3번째로 상용화했으나 세계 시장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관련기술개발에 투입한 듀폰의 연구개발비용과 마케팅비용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애플과 듀폰의 한국 기업에 대한 소송은 모두 시장에 새로 진입을 하려는 경쟁자들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미국 업체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공격이 매우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배심원단과 법원의 판결도 자국보호주의나 애국심으로 흐르고 있어 우리 기업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소송에 철저히 대비하고 특허침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로 승부를 다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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