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51ㆍ구속)씨가 서울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56ㆍ구속)씨 등 공천 희망자 3명으로부터 받은 돈을 일부 친노 인사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양씨가 관리한 사단법인 문화네트워크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전국 30개 이상의 금융계좌에 대해 1차 추적을 마치고, 이들 계좌에서 송금된 2차 계좌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1차 계좌추적 결과, 양씨가 공천헌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올 초부터 4ㆍ11 총선 직전까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단위로 쪼개져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계좌 중 일부가 양씨와 가까운 친노 인사의 계좌인 것으로 보고, 이 돈이 1월 민주당 전당대회나 4ㆍ11 총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해당 계좌주를 불러 양씨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양씨가 공천헌금 명목으로 받은 자금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돈이 양씨가 평소 친분 관계가 돈독했던 친노 인사와 개인적 채무관계에 의한 거래일 가능성, 평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양씨가 이들의 명의만 빌려 계좌를 개설했을 가능성, 양씨가 송금내역 자체를 위ㆍ변조했을 가능성 등이 있어 여러 갈래로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두식 대검 수사기획관은 "1차 계좌추적으로는 누가 실제 돈을 사용했는지 확인이 힘들 것 같고 2차 계좌추적을 통해 실제 누가 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돈을 건넨 이사장 이씨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지난 2월 9일자 문자메시지에 대해선 박 원내대표가 아닌 양씨가 조작해 보낸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문자에 대해 이씨는 박 원내대표로부터 비례대표 공천을 도와주겠으니 돈을 송금하라는 의미로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문자 발송 시간에 비행기 안에 있었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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