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23> 정의헌 광주과기원 교수→최원식 고려대 교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23> 정의헌 광주과기원 교수→최원식 고려대 교수

입력
2012.09.02 11:15
0 0

주철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호기심이 넘치는 과학자'라고 추천한 정의헌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부 교수가 이번엔 최원식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를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고 소개한다.

내 전공은 아니지만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학부생일 때부터 물리학과를 기웃거렸다. 양자역학 등 물리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1년간 학교를 더 다니기도 했다. 그래선지 물리학을 전공한 아내를 맞이하고 싶었다. 호기심이 많은 터라 언제든지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정작 결혼은 인문학을 전공한 여성과 했다.

대신 지적 호기심에 관한 빈 공백은 최원식(38)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채워주고 있다. 평소 남들을 보고 부러움을 느끼는 편이 아닌데, 최 교수는 거기서 예외다. 이 코너를 아내에게 설명하면서 누굴 추천해야 할까 물어봤더니 아내도 단박에 최 교수라고 말했다.

최 교수와의 인연은 2002년 박사과정 중이던 그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연구를 하면서 맺게 됐다. 그 실험실에 자주 갔었는데, 그 때마다 최 교수는 가장 늦게까지 남아 묵묵히 실험을 하고 있었다. 최 교수의 첫 만남이었다.

박사를 마친 뒤 다시 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최 교수는 과학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메서드(nature methods)> 에 논문을 냈다. 빛의 굴절을 이용해 세포를 관찰하는 위상현미경에 관한 연구였다.

그가 이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을 때 학술지 편집진은 실어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상심해 있던 찰나 최 교수의 지도교수가 <네이처> 에 편지를 보냈단다. 자신이 지금까지 낸 논문이 수백 편인데, 이 논문은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논문이며, <네이처> 가 이 논문을 싣지 않는 건 심히 유감이란 내용이었다. 그 지도교수는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분이다. 지도교수가 그런 편지를 편집진에게 보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논문이 실렸고, 최 교수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올해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에도 논문을 냈다. 빛에너지를 피부 속 깊은 곳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 빛을 이용한 질병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연구다.

피부처럼 내부 구조가 복잡한 물질(매질)은 들어오는 빛의 대부분을 그대로 반사시킨다. 10% 이하의 적은 양만 투과시키기 때문에 질병 치료를 위해 빛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매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빛에너지를 원하는 깊이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그간 대부분 과학자가 피부 조직은 복잡하니까 빛을 많이 전달하긴 힘들다고 여겨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청개구리 같다. 최 교수 스스로도 "연구는 모든 게 발상의 전환"이라며 "다른 과학자들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 주로 풀어보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후배임에도 그와 말을 나눠보면, 뭔가 배웠다는 느낌이 든다. 연구하다 보면 생각의 장벽에 부딪힐 때가 많은데 최 교수는 그러한 사고의 한계를 적어도 나보단 손쉽게 뛰어넘는 거 같다. 내겐 크나큰 자극이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