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어떤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법이란 게 제정되었겠지. 개정을 거듭하면서 더는 사람이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갖가지 폭력을 근절시켜가는 게 법의 갈 길이라면 우리는 아직 제자리 걸음중인가보다. 뭐가 이리 관대하냔 말이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이 한둘이라 할 때 감추고 감춰질 수밖에 없는 사례들은 또한 얼마나 많겠느냔 말이다. 살다 살다가 내 이런 악질은 처음 보겠네, 라며 새롭게 수사되어 올라오는 뉴스들에 탄식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통증에 너무 무뎌졌구나 싶은 씁쓸함에 빠지게 되었다.
날로 그 수법이, 그 대범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랄해져 내 집 대문 앞을 나서기조차 두려워진 요즘, 딸바보란 말이 유행처럼 대중화되어 있음에도 그 딸들이란 이름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한숨을 푹푹 쉬게 되는 요즘, 죄 지은 자의 인권까지 챙기기에는 일말의 여력도 없는 요즘, 술을 마셨니 안 마셨니 정신 병력이 있니 없니 그 사정을 우리가 왜 살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법이란 게 이럴 때 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어 기실 그 법이란 걸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절실한 마음도 들게 하는 요즘.
일곱 살이라지 않는가. 자다 이불채 들려나갔다지 않는가. 비바람이 불던 밤이라지 않는가. 다쳤다지 않는가. 차라리 암이라면 수술해서 나을 가망이라도 있다지만 이렇게 찢어진 마음을 누가 온전히 꿰매놓을 수 있겠는가. 사형, 내가 내린 판결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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