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일본 법원의 삼성전자 대 애플 특허침해소송 결과는 세 가지 점에서 진작부터 관심을 끌었다. 첫 번째는 한국도 미국도 아닌 제 3국에서 나오는 판결이란 점, 두 번째는 삼성전자의 처참한 완패로 끝난 미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평결 이후 첫 번째 재판이란 점, 그리고 마지막은 최근 극도로 냉각되어 있는 한ㆍ일관계가 판결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삼성전자도 이런 이유로 인해, 재판부인 도쿄지방재판소 민사합의40부의 결론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결과는 삼성전자의 승리였다. 삼성전자로선 각자 홈그라운드 아닌 '객관적'인 제3국 재판에서 이겼다는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더구나 미 캘리포니아 평결은 다른 나라 재판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앞으로 유럽 호주 등에서 벌어질 특허소송전망도 밝게 해줬다. 혹시라도 최근 일본 내 반한정서가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이는 기우로 끝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특허소송중의 하나이지만 매우 신경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평결 이후 불리하게 흘러갔던 분위기를 한꺼번에 반전시키는 판결이었다"고 평했다.
이날 판결은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를 PC와 연결해 음악파일이나 동영상 등을 옮길 때 적용되는 동기화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이때 아이폰에 저장된 파일 중 PC에 없는 것만 골라서 복사하기 때문에, 아이폰이든 PC든 모두에서 동일한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애플의 중요서비스인 아이튠즈나 아이클라우드와도 관련이 깊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자신들의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애플방식은 가수나 곡 이름 파일에 들어 있는 정보를 비교해 동기화를 시키는 것이지만 삼성전자 기술은 파일크기와 파일이름 등을 비교하기 때문에 특허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인지를 보여주는 판결"이었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사실 이 기술은 애플이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부분이다. 업계에선 애플이 유독 일본에서만 이 기술특허로 소송을 낸 건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풍토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워낙 기술을 중요하게 보는 나라라 일본 재판부도 기술특허를 엄격하게 봤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삼성이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고속전송시 전력절감기술 등 표준기술 및 상용특허 침해소송 역시 삼성에 유리한 결론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애플이 주장한 '바운스백'(사진목록의 맨 끝에 도달하면 튕겨 나오는 기능)'특허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애플이 승소한 만큼 일본도 애플이 이길 공산이 크다.
6대0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 준 미 캘리포니아 평결 이후 미 특허제도와 배심원제도 및 보호주의적 태도에 대한 국제적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특히 유럽 쪽 여론이 비판적인데, 일본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네델란드 호주 독일 등 법원도 미국 평결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고 유럽에선 충분히 해 볼만 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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