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선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날 선진통일당을 탈당한 이명수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 필승 결의대회'격인 연찬회에 깜짝 등장한 것이다. 이 의원은 총선에서 경쟁했던 이건영 아산 당협위원장 소개로 '신고식'도 했다. 이 위원장과 사회를 맡은 신성범 의원은 이 의원을 각각 '동반자 관계''동지'로 치켜세웠다. 이 의원도 어색한지 "정말 얼떨떨해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라고 머뭇거렸다.
이 의원의 입당은 자격 심사도 생략할 만큼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한 당직자는 "이미 당원명부에도 등재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오는 사람을 말릴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새누리당이 요즘 내세우는 '대통합''정치쇄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간 선거연대는 종종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의원 빼가기'는 정당정치를 흔드는 것으로 정치쇄신과 정면 배치된다. 인위적인 정치권의 이합집산 역시 근절돼야 할 구태이다. 정치권에선"의원 빼가기가 정치쇄신론과 대통합론 제시 후의 첫 작품이냐"는 비아냥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당 의원을 빼내 정치권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국민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당에 어울리지 않는 행태이다.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을 비난하던 이 의원을 환영하면서 받아들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의원은 올 들어 "국정을 무책임하게 이끈 한나라당에 표를 줘야 하나"(1월 16일) "새누리당은 벌써 헌누리당이 됐다"(3월 23일) 등의 언급을 했다. 더욱이 지난해 선진당 소속 일부 의원이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을 때 "철새정치 구태가 개탄스럽다"고 논평까지 냈던 새누리당이 이 의원을 입당시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의원의 계속되는 '철새 행보'도 큰 문제이다. 불과 넉 달 전 선진당 간판을 내걸고 당선된데다, 당 대변인ㆍ총선 충남 선대위원장ㆍ정책위의장까지 거친 이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은 볼썽사납다. 가뜩이나 '자민련-열린우리당-선진당'으로 옮겨 다녔던 이 의원 아닌가. 새누리당이나 이 의원 모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강조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에 어긋나는 선택을 했다.
장재용 정치부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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