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존 아동 성범죄들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지난 7월 경남 통영 한아름(10)양 성폭행ㆍ살해사건처럼 이번에도 범인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그간 아동 성범죄는 동네골목이나 학교 등 집 밖에서나 벌어졌으나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모(23)씨는 가족이 자고 있는 집안으로 침입해 피해 아동을 납치한 것으로 드러나 더 이상 아동 성범죄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범인 고씨는 피해자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동네 주민이었다는 점에서 최근 통영에서 발생한 한아름양 살해사건과 판박이다. 고씨는 범행 당일 동네 PC방에서 피해자 A(7)양의 어머니를 만나 "아이들은 잘 있느냐"고 물어 볼 정도였으니 A양과도 면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A양에게 자신을 '삼촌'이라 칭했다. A양의 집과 범인 고씨의 집도 25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아름양을 가끔씩 학교에 태워다 주던 범인 김모(45)씨의 집도 피해자 집과 도로를 경계로 100m 거리에 있었다. 피해 아동들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한 범행 장소도 이들이 살던 집과 가까운 거리였다.
김지선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범죄의 경우, 아는 사람에 의한 범행이 45% 정도로 절반가까이 된다"며 "대부분의 성범죄자는 '낯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히려 면식범에 의한 범행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네 주민은 해당 집의 사정, 구조, 아이 나이, 생활 패턴 같은 범죄 정보를 수집하기 쉽기 때문에 범죄를 더 수월하게 저지를 수 있다"며 "실제로 아동 성범죄 범행 현장은 범인 집이나 집 주변 3㎞ 반경이 65% 정도"라고 말했다. 범인 입장에서는 익숙한 곳이라 도주 경로 등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 피해자 입장에서는 아는 사람이라 경계를 늦춘다는 점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를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 했다는 점에서 2008년 벌어진 일명 '조두순 사건'과도 닮았다. 당시 범인 조두순은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잔혹하게 성폭행 해, 신체의 중요 기능을 영구적으로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피해자 A양은 장기가 손상되고 중요 부위가 5㎝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조두순 사건 당시 피해 아동 주치의)은 "지금 피해 아동이 온 몸에 멍이 들고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며 "정신적 충격 등 수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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