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폭우로 인한 서울 강남의 상습적 침수, 양재동 우면산 산사태, 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 카트리나 태풍으로 인한 미국 뉴올리언즈의 지역 침수….
과학과 첨단 기술로 무장한 현대사회도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 앞에서의 인간의 작디작음을 새삼 느끼곤 한다. 오늘날 자연재해는 규모나 빈도 면에서 그리고 피해 역시 과거보다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것 뿐 아니라 자연 환경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형 산사태 및 화재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로 자연의 복구능력이 훼손된 경우, 원상회복에 상당한 시간을 요하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생물종의 피해가 뒤따른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인간 활동과 결부되어질 때 그 피해가 배가된다. 소위 자연재해로 인한 제2차 환경피해의 대표적인 예로서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들 수 있다. 순수한 자연재해인 일본 토호쿠 해안가의 쓰나미 발생이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기능을 마비시키고 이것이 방사능물질의 유출로 이어져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 자연재해가 천재이던 대응관리의 미흡함으로 인한 인재이던 간에 자연재해의 예방 및 관리는 우리사회가 당면한 과제이다.
자연재해의 예방 및 관리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예로 보자면, 해안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원전의 특성 상 해일 및 쓰나미에 대비한 강도 높은 원전안전관리체제 구축, 냉각로 붕괴 등 피해발생시 대응 매뉴얼의 사전 구축이 우선 필요하다. 여기에 방사능 물질 유출 시 인간 및 자연에 미치는 영향 조사 분석을 위한 지속적 모니터링 수행, 그리고 한국 및 중국 등 주변국과 일본 간의 위기발생시 조기 통보 체제 구축을 위한 협약 체결 등이 대표적인 관리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정부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매뉴얼 작성 및 원전안전관리 체제는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환경단체가 적임자다. 한중일의 조기통보체제협약 구축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실제로 작년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와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중일의 조기통보체제 구축 합의 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현 상황은 이를 웅변한다.
필자는 자연재해 대응과 관련해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정기총회인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2012 World Conservation Congress)'를 주목한다. 총회를 주관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국가, 정부기관, 환경법학회, 환경과학단체, 환경경제단체, 환경보호단체 등 해외 및 국내 비정부기구(NGO)들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법상 독특한 글로벌 환경기구다. 우리나라는 2006년 연맹에 환경부가 국가회원으로 가입했으며, 환경부와 산림청, 문화재청 등이 정부기관회원으로 그리고 학술단체 등 많은 민간단체가 NGO회원으로 가입되어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국가, 국제기구, 개인 등 모든 국제사회의 주체가 각각 제 역할을 통해 국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글로벌 거버넌스에 가장 잘 부합하는 단체다. 이것이 필자가 자연재해 관리책이 세계자연보전연맹 내에서 다양한 회원의 역할 분담 및 협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모색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특히 제주에서 개최되는 총회에서는 '자연재해에 의한 2차 환경피해 예방 및 대응' 문제가 워크숍 주제로 본격 논의되고 '자연재해로 인한 제2차 환경 피해 관리' 방안이 한국 회원의 발의안으로 회원총회에 상정된다.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 예방책의 효과적인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