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가 날로 흉포해지고 있지만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대책 법안들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올 들어 경남 통영 10세 초등학생 성폭행 시도 살해 사건(7월),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 전과자의 주부 살해 사건(8월) 등이 발생할 때마다 앞다투어 관련 법안들을 냈다.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성폭력 대책 법안은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6건),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8건ㆍ정부입법 1건 포함),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보호법 개정안(3건), 형법 개정안 등 2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국회 여성가족위와 법제사법위 등 소관 상임위에서는 이 법안들 가운데 한 건도 제대로 논의되거나 처리되지 못했다. 19대 국회가 5월 개원 이후 여야의 정쟁 때문에 사실상 공전한데다,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야 지도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30일 나주 7세 어린이를 무참히 성폭행한 범인은 이웃 아저씨였고, 통영 살해범도 성폭력 전과가 있는 이웃 아저씨였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몇 개월째 잠자고 있다. 통영 사건 발생 직후인 8월 초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신상공개 대상자를 2002년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성범죄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 두 건을 냈다. 같은 당 강은희 의원은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인근 읍ㆍ면ㆍ동 주민 모두에게 매년 알려주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유사한 법안이 5건 제출돼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에 8월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법안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관의 양형 재량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민주당 전정희 의원),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법안(새누리당 류지영 의원), 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의 신체 훔쳐보기 등 변태적 성범죄를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새누리당 이진복 의원) 등 여성과 약자를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 역시 상정되지도 못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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