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양의 탈을 쓴 이웃집 아저씨였다.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의 대다수가 평소 가깝게 지내거나 잘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에서도 재확인됐다. 지난 30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7세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의 범인은 피해 학생의 집 인근에 살고 있는 20대 건설일용직 노동자로 밝혀졌다. 특히 범인은 아동이 등장하는 일본 음란 애니메이션을 평소 자주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주경찰서는 31일 집에서 자고 있던 초등학생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으로 고모(23)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30일 새벽 1시30분쯤 나주시 영강동 한 상가형 주택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A(7ㆍ초등학교 1년)양을 이불에 싸서 납치한 뒤 200여m 떨어진 영산대교 아래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다. 범행 직후 달아났던 고씨는 이날 오후 1시25분쯤 전남 순천시 풍덕동 모 PC방에서 '나주 성폭행범'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고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그랬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씨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고씨는 A양의 집에서 250여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으며, A양의 어머니 C(36)씨와 인근 PC방에서 자주 만나면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C씨와의 친분으로 A양의 가정환경도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당일 새벽 술에 취해 PC방에 갔다가 C씨를 만나 "애들은 잘 있느냐", "매형(A양 아버지)하고 술 한 잔 하자"고 말한 뒤 C씨의 집으로 가 A양을 납치ㆍ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술에 취해 게임을 하던 고씨가 뜻대로 되지 않자 음란동영상을 본 뒤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고씨가 사용했던 컴퓨터의 로그 기록을 분석 중이다.
실제로 고씨는 경찰에서 "평소 모텔 등지에서 아동이 등장하는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다"고 진술했다. 나주와 순천을 오가며 일용노동자로 일해온 고씨는 최근 태풍 등 궂은 날씨로 일감이 없어지자 나주에서 술집과 PC방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절도죄로 벌금 전과 2건이 있었지만 성범죄 전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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