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은 "두려워하지 마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막이 올랐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에 나오는 캘리번의 대사다. 주인공인 프로스페로는 동생의 음모로 딸 미란다와 함께 추방돼 어느 섬에 표착한다. 캘리번은 공기의 정령 에어리얼을 부리며 섬을 다스리던 마녀 시코락스의 아들이다. 템페스트>
■ '역동하는 혼(Spirit in Mo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8월 30일 개막된 런던 장애인올림픽에도 <템페스트> 가 등장했다. 영화배우 이언 매켈런이 프로스페로 역을 맡아 여주인공 미란다를 2012 런던 패럴림픽으로 보내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깨우침(Enlightenment)'이라는 제목의 개막식에서 <템페스트> 를 모티프로 한 스토리를 열고 닫는 역할을 맡은 스티븐 호킹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이자 가장 유명한 장애인에 걸맞은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템페스트> 템페스트>
■ 그런데 왜 또 <템페스트> 인가? 셰익스피어야 그렇다 치고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을 표현할 작품이 이것뿐인가? 스티븐 호킹은 개막식에서 우주탄생을 알리는 빅뱅이 일어난 뒤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보라. 호기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창의성과 노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계를 극복한 초인들의 성취는 마법과 같은 일이다. <템페스트> 를 또 차용한 것은 작품 속의 마법이라는 요소와 이야기의 폭발성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템페스트> 템페스트>
■ 그것만이 아니다. <템페스트> 에는 서양의 문화유산과 인류 보편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마법과 난파, 섬에 관한 전설 등 유럽 각지에 전승돼온 이야기가 융합된 <템페스트> 는 새로운 예술작품을 빚어내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차이코프스키와 시벨리우스의 작품, 19세기 영국 화가 J W 워터하우스의 그림 <미란다> , 영화 <프로스페로의 서재> (1991년) 등이 <템페스트> 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 <템페스트> 는 폭풍처럼 많은 비와 바람을 모아 후세에 물려주었다. 올해 런던에서 문학과 텍스트의 힘을 다시 본다. 템페스트> 템페스트> 프로스페로의> 미란다> 템페스트> 템페스트>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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