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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듀폰에 또 패소 애플 '애국 판결'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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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듀폰에 또 패소 애플 '애국 판결' 판박이

입력
2012.08.3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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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이어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도 미국법원 특허 판결의 희생양이 됐다.

미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소재 동부지방법원의 로버트 페인 판사는 3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 화학회사인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첨단 섬유제품 판매금지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페인 판사는 코오롱의 파라계 아라미드(사진) 섬유인 '헤라크론'이 경쟁사인 듀폰의 '케블라'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생산과 판매, 판촉 등을 향후 20년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파라계 아라미드란 군 및 경찰용 방탄복 등에 쓰이는 첨단섬유. 코오롱은 이 섬유를 개발해 미국시장에 진출하자, 선발업체인 듀폰은 2009년 2월 케블라 마케팅을 담당하던 퇴사직원을 통해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며 코오롱을 제소했다.

이에 미 버지니아주 동부지방법원 배심원들은 작년 9월 "코오롱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기술을 빼돌렸다"는 평결을 내렸고, 판사는 이 평결을 근거로 코오롱에 무려 9억1,990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원의 배상금을 물어주라고 판시했다. 이어 이번엔 미국 내 뿐 아니라 전 세계시장에서 생산과 판매를 모두 금지한다는 판결까지 내렸다.

코오롱은 심리과정에서 아라미드는 훔친 것이 아니라 30년 가까이 연구해 개발한 자체 기술이고, 듀폰의 영업비밀 역시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됐거나 공개된 특허라는 점을 설명했지만 배심원들은 꿈쩍하지 않았고 판사 역시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는 연간 6만톤, 금액으론 1조8,000억원 규모다. 이 시장의 90% 이상을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차지하고 있는데, 후발주자인 코오롱이 2006년부터 5년간 수출한 금액은 30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도 삼성전자-애플 평결처럼 '애국심'과 '보호주의'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억원 어치를 수출한 기업에 1조원을 배상하라고 하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듀폰으로선 경쟁자의 싹을 자르기 위해 코오롱이 감당하기 힘든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미 배심원들과 재판부가 노골적으로 자국기업을 편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송이 진행된 리치몬드는 듀폰의 공장이 위치한 곳이고, 배심원들 역시 대부분 이 지역 사람들이다. 때문에 애플이 본사 소재지(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인근) 법원에서 이 지역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에 의해 '압승'을 거뒀듯이, 듀폰의 승리 역시 '앞마당 판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코오롱은 강하게 반발하며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오롱측 제프 랜달 변호사는 "듀폰은 소송에 의지해 아라미드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막아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았다"며 "재판에서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와 증언이 모두 배제됐으며 재판 절차 등에 있어 잘못과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코오롱 관계자도 "아라미드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 30년간 쏟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판결"이라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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