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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그나 카르타 선언' 英 대헌장이 규정한 '정치적·경제적 생존권'…어떻게 훼손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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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그나 카르타 선언' 英 대헌장이 규정한 '정치적·경제적 생존권'…어떻게 훼손돼 왔나

입력
2012.08.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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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 카르타 선언/

피터 라인보우 지음ㆍ정남영 옮김ㆍ갈무리 발행ㆍ432쪽ㆍ2만3000원

인권헌장의 효시로 꼽히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압박에 못 이겨 서명한 것이다. 왕의 권력을 법으로 제한한 이 헌장은 인신보호 영장, 배심원제, 법의 적정 절차, 고문 금지 등을 명시함으로써 인권의 기초를 놓았다. 귀족들이 존 왕에게 이런 요구를 한 것은 평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넘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말이다. 마그나 카르타에는 삼림법에 관한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1217년 ‘삼림헌장’으로 독립했다. 땔감과 식량을 숲에서 얻던 그 시절, 삼림헌장은 민중이 삶의 터전인 숲을 자유로이 사용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인 공통권을 보장했다. 마그나카르타가 정치사법적 권리에 관한 것이라면, 삼림헌장은 경제적 생존을 다뤘다.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가 쓴 <마그나카르타 선언>은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이 규정한 권리와 원칙이 수 세기에 걸쳐 어떻게 훼손됐는지 추적한다. 영국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이 장전들이 밝힌 정치적 경제적 권리들이 어떻게 축소됐으며, 이를 복원하기 위해 어떤 투쟁이 있었는지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설명한다.

그가 영국 중세의 오래된 장전을 거의 8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아보는 것은,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이 제정될 당시 있었던 영국 사회의 갈등이 오늘날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예컨대 공유지에 울타리를 쳐서 사유화하는 인클로저가 중세 영국 농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듯,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아마존 밀림과 아프리카 숲에서 그곳의 자원으로 살아가던 원주민들을 벼랑으로 몰아넣고 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삼림헌장이다. 마그나카르타는 잘 알려져 있지만, 삼림헌장은 많이 잊혀졌다. 삼림헌장의 핵심은 공유지 혹은 공유자원에 대한 모든 사람의 공통권이고 이를 이용한 생계 자급권이다. 저자는 이 중요한 기본권이 오늘날 신자유주의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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