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요아힘 가우크 지음ㆍ권세훈 옮김/부엔리브로 발행ㆍ112쪽ㆍ9500원
이 얇은 책이 두터운 울림을 갖는 것은 책을 쓴 요아힘 가우크라는 인물 때문이다. 그가 걸어온 생애를 거칠게라도 알지 못한다면 책의 주제인 자유와 책임과 관용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 떨리는 웅변으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우크는 독일 북부 옛 동독지역에서 제2차 대전이 확대되던 1940년 태어났다. 소년기에는 아버지가 소련에 납치돼 시베리아수용소에 끌려가버리는 지우기 힘든 상처를 입었고, 종전 뒤에는 전범국 독일이라는 오명 앞에 고개 들지 못한 채 신학을 공부했다. 조국이 분단된 뒤 개신교 목사로, 정당 대표로 동독의 민주화에 애썼다. 그러다가 통일과 자유라는 일생일대의 희열을 맛봤다. 통독 후에는 동독 비밀경찰이 사찰활동을 통해 수집한 개인 비밀문서를 처리하는 작업을 책임졌다. 그리고 지난 3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추천으로 72세에 독일의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전쟁과 인종학살과 분단, 파시즘과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의 암흑이 걷히기를 바랐고, 그래서 참여하고 행동한 그는 책의 서두에서 우리 사회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대답은 '자유' '책임' '관용'이다.
자유는 속박을 벗어 던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며, '무엇을 향한 자유'야말로 진정한 자유라는 것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관심'은 '무책임'의 다른 말이며, 이를 관용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전쟁 직후 신학을 공부할 때를 그는 '누구나 자신이 독일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 시기라고 돌이켰다. 그리고 그때 그는 '조국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아니 '야만적 행위를 저지하지 못하고 우리를 깊은 죄책감에 빠지게 한 독일 문화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독일이 일본과 다른 것은 이같은 지도자의 역사인식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초 독일 투칭 개신교 아카데미 신년 연회 연설을 토대로 한 이 책은 마치 강연을 듣는 듯한 박진감마저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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