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아버지를 잃은 후배 시인을 만났다. 평생을 술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 모두를 고생시켰다는 이력의 아버지는 결국 술로 인해 세상을 뜨셨는데 어릴 적부터 그 뒤치다꺼리를 해온 터라 장례식장에서의 후배는 꽤나 덤덤한 듯했다. 괜찮아? 네, 언니 그럼요.
검은 장례용 한복을 입은 후배가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깡마른 체형에 어깨가 좁아 그 옷이 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 그러고 보면 나도 참 개념 없는 선배라니까. 그 순간 동생이 시어머니 장례를 치르며 힌트랍시고 준 얘기들도 떠올랐다.
언니, 눈썹 문신 좀 해두라니까. 장례 내내 화장 못해. 우리 나이가 이제 그런 나이야. 한복이 안 어울리는 넓은 어깨는 어찌할 수가 없으니 토닥토닥 후배의 등을 쳐주는데, 비교적 씩씩하게 버티던 후배가 아버지 하며 운다. 얘, 그렇게 울면 나도 눈물 나잖니. 평생 나 괴롭혀서 미웠던 철없던 우리 아빠 발인이 내 생일이었던 걸 보면 언니, 영영 끊을 수가 없는 인연인가봐.
간만에 속눈썹 예쁘게 붙이고 나와 그거 안 떨어지게 눈가를 연신 손가락으로 찍어내는 후배가 남 같지 않았던 건 부정맥으로 자주 응급실 신세를 지는 아빠가 어른거려서였다. 나이 들면 정원 있는 집에 살아야지 했던 것 또한 아버지를 내 집 나무 밑에 묻고 매일 보려 했음이니 누구 말마따나 아빠와 나는 엽기적인 인연이라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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