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외나무 다리 승부에서 한국이 일본에 석패했다.
한국과 일본의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8강전이 열린 30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미묘한 양국간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FIFA는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 등으로 경색된 양국의 관계를 의식, 경기 전부터 ‘정치적 응원’과 관중을 자극할 수 있는 골 뒤풀이 행동을 자제해달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본축구협회는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의 반입을 막지 않았고, 일부 팬들은 버젓이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벌였다.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경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경기장에 맴돌았다.
1무4패로 일본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던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은 승리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초반에 너무 쉽게 골을 헌납해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8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시도한 백패스가 상대에게 끊긴 뒤 곧바로 역습을 당하는 과정에서 시바타 하나에에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은 7분 뒤 곧바로 균형을 맞췄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타 탄생을 알리고 있는 전은하가 이금민의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헤딩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전은하의 이번 대회 4호골이었다.
팽팽한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19분 시바타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은 일본의 압박을 뚫고 공격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상대 수비에 걸리는 등 위력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다 전반 37분 다나카 요코에게 쐐기골을 허용했다. 결국 한국은 1-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한국의 공격력은 살아나지 않았다.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웠고 깜짝 선발 출전한 여민지의 움직임도 날카롭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24분 이소담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도 효과가 없었다. 결국 한국은 3만 여명의 일본 홈팬들이 내뿜는 열기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대한축구협회의 관계자는 “한국 교민들의 수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적었다. 1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FIFA에서 우려했던 정치적인 메시지나 배너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1-3으로 패한 한국은 ‘일본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의 2회 연속 4강 진출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한국은 2010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일본은 독일-노르웨이 승자와 4강전을 치르게 된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120분 연장혈투 끝에 멕시코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나이지리아는 앞서 열린 경기에서 연장 후반 4분에 터진 데제레 오파라노지에의 헤딩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나이지리아는 31일 예정된 북한-미국 8강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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