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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실패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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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실패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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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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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이 점점 하나 마나 한 행사가 돼가고 있다. 초반부터 국민의 큰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갈수록 결과가 뻔한 경선이 되면서 그나마도 심드렁해지고 있다.

경선 투표도 활기가 없다. 기대를 건 모바일 선거인단 투표율도 제주(58.8%) 울산(68.9%) 강원(69.8%) 등 7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15 전당대회(80.0%) 6·9 전당대회(73.4%) 보다 낮다. 대선 후보 경선이 당 대표를 뽑는 선거보다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흥행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초반부터 문재인 후보가 독주하면서 일찌감치 대세를 형성한 탓이 크다. 당초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지지율이 비슷한 후보들이 반전을 거듭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해 크게 히트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문 후보는 25일 제주 경선을 시작으로 30일 충북 경선까지 초반 4회의 순회 경선을 싹쓸이했다. 문 후보는 누적 득표수에서도 2위인 손학규 후보보다 두 배 넘게 앞서 가고 있다.

비문(非文) 후보들은 '10만 표'를 놓고 격돌하는 전북 경선(9월1일)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올인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7일 새전북신문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민주당 후보 선호도'에서 41.6%를 얻어 손학규(16.9%) 정세균(16.7%) 김두관(6.8%) 후보를 크게 앞섰다. 전북 경선에서 문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민주당 경선은 그야말로 보나 마나 한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경선이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원인을 문 후보의 독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민주당 경선 자체가 재미없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경선의 형식이나 내용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참여와 모바일 투표만 믿고 국민의 관심을 끌어 올 새로운 장치 도입을 고민하지 않은 지도부의 안이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해찬 대표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정치혁신"이라고 치켜세운 모바일 투표는 오히려 초반부터 경선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첫 순회 경선인 제주 경선에서 불거진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는 두 번째 울산 경선을 파행 위기까지 몰고 갔다. 하루 만에 봉합은 됐지만 "모바일 투표는 친노 후보에 유리하다"는 비문 후보들의 볼멘 소리는 여전하다. 모바일 투표 불공정 논란은 경선 초반 붐을 일으킬 기회를 날려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많다.

후보 간 경쟁에서도 긴장이 떨어진다. 당초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이 가진 범상치 않은 삶의 궤적과 정치 이력이 경선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이 돼 흥행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자질과 국가운영 비전, 해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각자가 가진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발현돼 '제2의 노무현'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각 후보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독특한 정책이 없고, 이슈와 정책을 둘러싼 예리한 대립도 없다. 오히려 경제민주화 등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들은 새누리당에 선점 당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경선의 흥행을 가로막는 것은 '안철수 그늘'이다. 지금 치러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선출되는 후보가 대선 본선에 나설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본선이 결승전이라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는 '준결승전', 그에 앞서 열리는 민주당 경선은 '준준결승전'으로 보는 인식이 많다.

후보들 스스로도 경선을 예선전으로 인식하며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 캠프는 벌써부터 안 교수와의 단일화 문제로 경선 전략의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에는 '주문야철'(낮에는 문재인, 밤에는 안철수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각 후보들이 국가경영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안철수 그늘'을 걷어내려는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128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 민주당은 끝내 대선 본선 후보를 만들어낼 수 없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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