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굴, 애플이 주도하는 글로벌 IT산업 역할구도에 긴장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모바일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매개로 한 삼성-구글 연합군 대 애플이 대결하는 양상이었다. 확실한 하드웨어(스마트폰)은 만들지만 자체 소프트웨어(OS)가 없는 삼성전자와, 확실한 소프트웨어는 있으면서도 변변한 하드웨어가 없는 구글은 기본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이에 비해 애플은 하드웨어(아이폰)와 소프트웨어(iOS)를 모두 갖추고 있어, 안드로이드 진영과 팽팽히 맞서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간 미국내 특허 소송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나고, 이 와중에 독일에서 특허소송 중이던 구글(모토로라)과 애플이 통신기술 표준특허 로열티 협상에 합의하면서, 기존의 협력과 대결구도에는 묘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게 된 것이다.
구글과 애플과 왜 합의했을까.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회사가 합의에 이르게 된 건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 캘리포니아 1심 평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통신특허가 미국 법정에서 모두 기각되며 불발로 끝나자, 유사한 통신특허로 독일 법정에서 애플에 맞섰던 구글도 점차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도 마찬가지. 홈그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머쥔 애플이었지만, 캘리포니아 평결 이후 "혁신은 뒤로 한 채 보상만을 위해 특허소송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자 구글과의 무한전쟁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소송 결과로 양 사는 모두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독일 소송에서 비슷한 특허를 가지고 맞붙은 모토로라와 애플에게도 이런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균열 올까
애플이 구글과 '평화'를 택한 배경엔 안드로이드 진영의 분열을 노렸다는 해석도 있다. 동시에 구글로부터 떼어 놓음으로써 삼성전자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진영이 깨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대만HTC 등은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의 강경모드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는 명확히 하고 있다. 30일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왕쉐홍(王雪紅) HTC 회장은 "삼성전자에 10억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결정한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체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안드로이드 진영의 이탈가능성을 일축했다.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 진영과 특허소송은 별개 문제"라며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후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글 역시 캘리포니아 평결 이후 성명을 통해 "애플과의 1차 특허 소송에서 패한 삼성전자가 항소한다면 해당 특허의 침해 여부는 물론 특허의 유효성 여부까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옹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삼성은 계속 안드로이드 진영에 남을까.
구글과 애플이 제휴로 당장 난처해진 곳은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 고립설'이 자꾸 흘러 나오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이란 표현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갤럭시 시리즈의 주력OS인 것은 맞지만, 100% 안드로이드에 의존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멀티OS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채택한 스마트폰도 계속 내놓고 있다. 자체OS인 '바다'도 장기적으론 키운다는 구상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안드로이드'란 등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1위 제조업체이다. 삼성전자에게 구글이 필요하듯이 구글에게도 삼성전자의 하드웨어는 꼭 필요하다. 둘 사이가 쉽게 결별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 애플과 구글의 합의를 계기로 삼성전자로선 구글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OS다변화 전략에 좀더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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