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지 이틀만인 30일 14호 태풍 덴빈이 초속 30m이상의 강풍과 최대 236㎜의 폭우를 몰고 와 전국에 피해가 속출했다. 덴빈은 당초 태안반도, 군산 등 서해안에 상륙해 중부지방을 관통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날 오전10시45분 전남 완도군에 상륙한 뒤 전남 구례, 대구, 경북 안동 등 내륙 지방을 지나 31일 0시쯤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다.
전남 목포시와 완도군 등 덴빈의 첫 상륙지인 서남권은 물바다로 변했다. 목포는 30일 오전에만 172.9㎜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로 가옥 1,900여 채가 물에 잠기고 시외버스 터미널과 주요도로가 침수됐다. 오전9시부터 1시간 동안 70㎜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오전에만 235.5㎜의 비가 내린 전남 진도에서는 하천 둑이 터져 의신면 창포리 마을로 범람하는 바람에 마을 노인 50여명이 하마터면 큰 변을 당할뻔했다. 전북 정읍과 군산에서도 200㎜ 이상의 폭우로 저지대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겼고 영산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덴빈의 간접영향권에 든 대전ㆍ충남지역에서도 건물 10여채가 침수되고 3만1,000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78세대 11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4,320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30일 오후 11시 현재 태풍 덴빈으로 인해 2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전남 영암군 조선소에서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강풍에 넘어진 대형철문에 깔려 숨졌고 동료인부 1명도 중상을 입었다. 충남 천안에서는 계곡 수로에서 통나무를 제거하던 노인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강풍에 날린 패널에 맞아 행인 2명이 다쳤다.
제주와 목포, 인천 등 11개 지역 87개 항로 여객선 126척의 운항이 통제됐고 김포~제주 노선 등 항공기 256편이 결항했다. 또 청주 무심천 하상도로, 아산 봉강교하부도로 등 전국의 도로 4개 구간이 통제됐다. 제주도에서는 초ㆍ중ㆍ고교 186개 중 112개교, 전남 장흥과 신안에서는 3개교가 휴교했고 충남 지역 16개교는 수업을 일찍 끝냈다.
기상청 관계자는 "덴빈은 31일 오전 태풍으로서의 위력은 상실하겠으나 저기압으로서 영향력은 유지해 강원영동지방에 150㎜ 이상의 비를 더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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