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공동 제소하자는 일본 측의 제안을 거부하는 구술서를 보낸 것은 일본에 조금의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일본 측의 구술서를 받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일본 측의 강도 높은 도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방향을 수정해 반박 구술서를 전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구술서를 만들었다.
일본 측이 ICJ 단독 제소 방침을 즉각 밝히며 대응에 나섰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달라질 것이 없다. 우리 정부가 ICJ에 가입하면서 강제관할권에 대해 유보했기 때문에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성립하지 않는다. ICJ 규정은 상대국이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소 관할권에 동의하지 않는 한 신청은 사건 명부에 기재조차 돼서는 안 되며 어떠한 절차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돼 있다.
다만 일본이 독도 문제를 단독 제소할 경우 ICJ가 제소 사실을 우리에게 통보하게 된다. 법적으로 우리 정부는 ICJ로부터 통보를 받더라도 재판에 불응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추진하는 일본이 “한국이 불리하니까 피한다”고 국제사회에 선전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ICJ에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안팎에서는 우리 정부의 구술서 발송으로 한일 외교전이 일단락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 수준이 현재의 고강도에서 국제적 홍보∙여론전 강화 등 저강도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노다 내각이 10~11월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독도 주변 측량 시도를 하는 등 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양국의 갈등 수위가 더 고조될 수도 있다.
한편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1주년인 30일 다각적 방법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일본의 총선 이후 한일관계 진전 상황을 판단한 뒤 위안부 청구권 문제를 논의하는 중재위원회 구성을 일본에 제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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