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시도하고 끝내는 잔혹하게 살해해 한 '광진구 주부 살인사건'의 피의자 서모(42)씨는 저항하는 피해자를 광폭하게 폭행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장기가 손상될 정도였다. 피해자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자들이 흔히 보이는 성향이다.
성폭행ㆍ살인 등을 저지른 흉악범들이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과의 면담에서 "내가 그렇게 (성폭행) 해도 싫어하지 않았다", "나를 화나게 해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며 피해자의 감정 상태를 오인하거나 범행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다른 사람과의 정서 교감, 공감능력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프로파일러로 7년간 일한 서울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오정은(32) 경사는 최근 경기대 대학원에 낸 범죄심리학 박사학위 논문 '범죄자(살인ㆍ강간)의 얼굴 정서인식 능력 손상'에서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분노와 역겨움, 놀람, 공포 등의 정서를 인식하는 능력이 보통 범죄자나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신과에서 임상심리 검사를 하다 경찰청의 프로파일러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2006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프로파일러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살인ㆍ강간사건 피의자 20명을 사이코패스 집단 10명과 비사이코패스 집단 10명으로 나누고 여기에 일반인 10명까지 더해 정서인식 능력평가를 했다. 상대방의 감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지 알아보는 검사로 무표정부터 감정이 있는 얼굴까지 구분해내는 '표정인식', 서로 감정이 다른 얼굴을 골라내는 '정서변별', 상황에 따른 정서가 담긴 얼굴을 찾아내는 '맥락이해'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랬더니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공포ㆍ불안ㆍ분노ㆍ슬픔 등 부정적인 정서를 오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상대방 표정을 보고 어떤 상태인지를 구분해내야 하는 표정인식 척도 평가에서 일반인의 평균값이 16.9점(18점 만점), 비사이코패스 집단이 14.5점인 데 반해 사이코패스 집단은 10.5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오 경사는 "피해자가 공포에 떤다거나 고통스러워해도 이를 잘못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성향이 사이코패스들의 가학성이나 폭력성을 키우는 데도 영향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실제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초범에 그치지 않고 재범, 3범을 저지르는 이유와도 맥을 같이 한다.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성장기에 가정에서 애착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정서 결핍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피해자 고통에는 무감각한 채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