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논쟁이 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의무휴무에 반발한 대형마트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뒤 잇따라 승소, 다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정상영업을 계속하자, 이번에는 서울시가 '휴무일지정'이 아닌 '판매 품목제한'이란 새 카드를 들고 나온 것. 이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및 이를 뒤집는 법원 결정 등으로 휴무여부가 오락가락한 상황에서 중소 상인들은 반색하고 나선 반면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30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조만간 대형마트에서 담배, 소주, 막걸리 등의 판매를 제한하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개정안 공문을 지식경제부에 보낼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일부 품목을 팔지 못하게 해 전통상인 등 지역 중소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담배, 소주, 막걸리, 라면, 종량제 봉투 등 일정한 수요가 있는 50여종의 상품을 제한 품목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각 자치구에 동네슈퍼 및 전통시장에서 판매할 만한 상품을 의뢰해 추천 받은 결과다. 이밖에 치킨, 떡볶이, 순대 등도 제한 품목으로 검토했지만 최종 결정에선 제외했다. 현재 대형마트의 판매 품목 규제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 추진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통업체, 시민단체, 각계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상인들은 환영 일색이다. 진병호 전국시장상인연합회 회장은"대형마트 영업제한 및 완화에 따라 전통시장 매출이 최대 30%까지 오르락 내리락 했다"며 "의무휴무가 무력화한 상황에서 일부 품목 제한을 통해서라도 중소상권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영업규제로 매년 수 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는데, 품목까지 규제하면 입점 상인 및 농ㆍ어민들의 손해는 더 커지고 소비자 불편도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품목제한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에서 협의를 거쳐 지경부에 공문을 보낸다 해도 지경부가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 지경부 관계자는 "공문이 오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이번 문제는 '유통산업발전법'이나, '대ㆍ중소기업 상생법' 등 관련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법개정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소비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소비자는 "대형마트가 언제 문을 열고 닫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품목제한을 놓고 또 소송까지 가는 것 아니냐"며 "또 한번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사전에 관련 주체들간 상호 협의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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