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非朴) 진영의 주요 인사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30일 동시에 박근혜 후보의 최근 행보와 박 후보 측 인사의 역사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박 후보가 두 사람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비판은 당내 화합이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내가 찾아가고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며 "서로 다른 가치관과 역사인식을 갖고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화해니 통합이니 하고 돌아다니려면 먼저 무엇이 다른지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28일 전태일재단을 찾았다가 유족 측의 거부로 방문이 무산된 것을 염두에 두고 박 후보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논어의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ㆍ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큰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박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이 전날 '유신은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라는 취지로 유신 옹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정 전 대표는 "유신이 경제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크게 실망했다"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 사는 것은 권력이 해결해 줄 테니 정치는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며 "유신과 동시에 북한도 주체사상과 주석제를 명기한 헌법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잘했다고 해야 하는지…"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가 당내 화합 행보에 나서려는 시점에 나온 두 사람의 이런 비판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지나쳐 보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 역사인식 등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박 후보와 비박 진영 간 갈등의 불씨가 다시 지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박 후보 측이 두 사람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양 측의 회동이 이른 시일 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박 후보 측은 두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일정 조율까지 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 한 인사는 "신뢰 회복을 우선해야 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비박 진영 입장에선 비주류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다만 비박 진영도 '정권재창출'이라는 명분에 따라 박 후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한편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홍사덕 전 의원 발언에 대해 "일제의 식민지배 합리화 궤변과 동일한 논리로 유신을 정당화했다"고 비난했다. 또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후보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LH 법률고문을 맡아온 점을 공개하며 "'만사올통'의 비수가 국민 가슴에 꽂히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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