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기질이 많은 것 같아요." 이범(43)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은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한때 잘 나가는 '스타 강사'였지만 지금은 사교육의 대척점에 서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 18억원의 수입을 올리면서 사교육 대표 강사로 꼽혀온 이씨는 2003년 사교육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구청 등이 진행하는 온라인 무료 강의를 시작했고, 교육평론가로 변신했다. 지금은 직함처럼 공교육의 현장에 뛰어든 이씨가 최근 <우리교육 100문 100답> 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효율적인 공부법 등 실용적인 내용과 우리 교육의 문제 및 대안을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쉽게 녹여냈다. 우리교육>
그는 30일 한국일보의 인터뷰에서 "흡사 '토목 공사'를 하듯 설계도와 작업 지시서가 하달되면 교사들이 건설 현장의 인부처럼 세부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일선 학교는 연간 6,000개가 넘는 공문을 받고 있어요. 창의성 교육, 선진화 교육을 내세우면서 이렇게 획일적으로 지시하면 일선 현장에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씨는 핀란드의 학교를 상기시켰다. "핀란드 학교는 1년에 10개 미만의 공문을 받고 있어요. 교육의 큰 틀은 정부 차원에서 결정되지만 세부 사항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이게 가능한겁니다. 각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직접 커리큘럼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는 어떤가요. 설계도(규정)와 작업 지시서(공문) 때문에 교사의 수업권이 제한 받기 십상입니다."
한국의 입시 현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미국식 평가 방법인데, 학생들의 학습 방법이나 교과과정은 한국식이라 공부한 대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시험에는 배운 것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잖아요. 그런데 수능은 글을 읽고 어떤 의도로 썼는지,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파악하는 '언어적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암기식으로 공부한 내용은 시험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니 공부한 대로 점수가 나오지 않는겁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죠. 모두 잘못된 교육방식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꼬일대로 꼬인 우리나라 교육 해법의 하나로 교육 당국과 현장 교사 및 학생과의 '소통'을 제시했다.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이들이 학생이나 교사들을 직접 만나는걸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우리 교육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교육도 서로 간의 소통이 문제를 푸는 시발점입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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