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와 전력시장 비용평가위원을 상대로 무려 4조4,000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내기로 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한전이 자신들의 적자를 같은 식구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공기업이 공공기관과 개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전은 그제 "전력거래소와 발전비용을 심의ㆍ의결하는 비용평가위원이 규정을 어긴 탓에 발전 자회사 등으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상승했다"며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용평가위원들이 발전 자회사의 투자보수율(이익률)을 2008년 당시 2%에서 최근 5.94%까지 높이는 바람에 한전이 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매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 한전 주장이다. 덕분에 발전 자회사들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흑자가 발생했으니 배가 아플 만도 하다. 실제로 2008~2012년 상반기 한전의 누계 영업적자는 13조원에 달했지만 발전 자회사는 10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도 1조4,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한전은 앞으로 투자보수율 1.72%에 근거해 전력 거래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거래소와 지식경제부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측은 "공익성을 망각한 행위"라고 비난했고, 지경부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소송을 실제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김중겸 사장 등 경영진이 추후 배임 등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흔적을 남기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가 100원짜리 전기를 87원에 팔고 있으니 한전의 적자가 계속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올해도 한전은 10%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4.9%인상에 그쳤다. 그렇다고 공기업인 한전이 공공기관에 소송 협박을 하고,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끈질기게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전기요금체계를 손질하여 발전 자회사만 엄청난 흑자가 나는 잘못된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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