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은 현재 주간조와 야간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일하고, 야간조는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일을 하게 된다.
이 야간근무가 늘 문제였다. 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다 보니 안전문제, 건강문제가 항상 논란이 됐다. 노조는 건강권 확보를 이유로 밤샘근무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사측은 생산량 감소 때문에 주야간 2교대제를 계속 고수했다.
때문에 현대차 노사가 30일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한 건 노동환경 개선 측면에서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내년 3월부터 현대차 근로자들은 ▦1개조는 아침 6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일하고 ▦다른 1개조는 오후 3시20분부터 밤 1시10분까지 일하게 된다. 2005년 밤샘근무 폐지에 원칙적 공감대가 형성되긴 했지만 최종합의까지는 무려 7년이 걸렸다.
문제는 조업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다. 주간연속 2교대 도입으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하루 평균 1.5시간, 주당 8시간가량 줄어들고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량도 축소된다. 현대차는 이런 생산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3,000억원을 투입,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작업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렇다 해도 현재 161만2,000대인 연간 생산량은 142만대 수준으로 낮아지는 건 불가피하다.
이번 임금협상 타결에 대해 사측은 '통 큰 양보'을 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노조로선 오랜 숙원인 밤샘근무폐지를 관철시킨데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길 수 잇는 임금손실을 사측이 통상급(월급제)으로 모두 보전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조관계자는 "역대 최대의 성과물"이라고 자평했다. 사측으로선 적잖은 출혈을 보게 됐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들의 대대적 반격까지 겹쳐 경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노사갈등에 발목이 잡힐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노사합의는 다른 자동차회사들의 근무체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동생'인 기아차는 형(현대차)를 따라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갈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지엠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내년 1분기에 2분기에 본격적인 시행시기를 정하기로 노사가 잠정 합의까지 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상태인데, 이번 현대차의 영향으로 향후 논의에 진척이 기대된다. 다만 경영정상화가 되지 않은 쌍용차는 8시간 근무에 잔업 3시간이 추가되는 근무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아직 주간연속2교대제로 가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사항인 사내하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문제는 여전히 잠재적 노사갈등요소로 남아 있다. 비록 노사가 임금협상 조기타결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분리, 추후 별도 논의하기로 했지만 3,000명을 정규직화한다는 사측 제안에 노조는 전원 정규직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이 부분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잠재적 시한폭탄 하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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