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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독도의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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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독도의 값

입력
2012.08.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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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자산가치가 73억7,000만원으로 매겨졌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국회에 낸 '2011회계연도 재무결산보고서'의 국유지 자산 재평가 결과다. 주변 89개의 작은 섬과 바위까지 합쳐 경복궁 부지 면적의 반보다도 작은 18만7,554㎡로 전체 땅값이 10억7,000만원이다. 여기에 주민 김성도씨 부부의 살림집과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 어민 피난시설이 들어 있는 4층짜리 주민숙소 30억원, 등대 33억원 등의 가격이 합산된 것이다.

■ 땅값으로만 치자면 서울 명동 땅 33㎡(10평)에도 못 미치는, 매우 헐하고 억울한 가격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독도의 유ㆍ무형 가치를 포괄하는 보다 광의의 가치를 산정했다. 해양생물과 광물자원, 관광가치 등을 환산한 '시장적 가치'와, 국민 설문조사로 독도의 역사ㆍ상징적 가치 등을 매긴 '비시장적 가치'를 합치는 식이었다. 그 결과 그는 독도가 1년간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치로 12조5,586억원을 제시했다.

■ 1년 제공(생산?) 가치가 12조5,586억원이라니, 항구적인 가치는 훨씬 더 높게 매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높든 낮든, 금액으로 계량화한 이런 식의 값은 왠지 잘 수긍이 되지 않는다. 마치 사람의 목숨 값이 생뚱맞은 금액으로 환산된 생명보험금만큼이나 어색하고 민망하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귀한 것들에 매겨진 비루하기 짝이 없는 값, 또는 값이 아무리 헐하게 매겨져도 영원히 귀하고 소중한 것들에 관해 함민복 시인은 노래했다.

■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긍정적인 밥> 중 1ㆍ2연). 새삼 고운 시를 읽으니, 동해 난바다에 별처럼 떠 있는 그 섬, 독도도 마음 속에서 밥과 시처럼 애틋해진다. 참고로 일본 재무성은 독도 땅값을 437만엔(약 6,300만원)으로 매겼다나 어쨌다나….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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