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쓰레기봉투로 만들어진 커다란 곰돌이와 탑처럼 쌓아 올린 풍선. 전시장 중앙엔 쓰레기봉투와 종이 상자가 교대로 쌓아 올려졌고, 그 옆엔 이불을 뒤집어쓴 남자의 다리가 보인다. 한눈으로 봐선 도통 맥락을 찾기 어려운 이들 오브제는 '노동의 방', '은유의 방', '태도의 방'등 세 개의 작은 전시장에 거의 유사하게 반복 재현된다. 설치미술가 김홍석씨의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이다.
헌데, 이들 작품에 대한 세 명 도슨트(전시가이드)의 설명은 각기 다르다. 도슨트의 해설까지 작품으로 끌어들인 작가는 작품 설명이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듯하지만, 이는 미술을 미술로 인식하게 하는 사회적 합의이자 관객에 대한 작가의 강요일 수 있음을 은유하고 있다.
이 작품들을 31일 개막해 11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본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2012'전에서 만날 수 있다. 1995년 신설돼 매년 한국미술계에서 작품활동이 두드러진 작가 선정과 동시에 전시를 열어온 '올해의 작가상'은 올해 제도가 달라졌다. 선정 작가도 1인에서 4팀으로 늘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김홍석씨뿐 아니라, 최근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됐던 문경원·전준호 팀, 깨지고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모아 변형된 도자기를 완성하는 이수경씨, 소수자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으로 작업하는 임민욱씨 등 4팀이 개인전의 형태로 최신작을 선보인다.
'올해의 작가상'은 올해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면서, 수퍼스타K같은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태를 띠게 됐다. 작가 발굴과 지원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과 심사를 통해 선발된 4팀의 작가들은 각각 3,000만원의 'SBS문화재단 후원금'을 받았다. 1명의 최종 수상자는 전시가 열리는 동안 인터뷰와 작업실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거쳐 11월 초에 선정·발표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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