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연아(가명ㆍ24)씨는 출산을 두 달여 앞둔 6월 산부인과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쌍둥이인줄로만 알았던 뱃속 아이들의 몸이 가슴부터 배까지 서로 붙은 샴쌍둥이라는 것. 게다가 아이들의 심장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31일 밤 8시50분 SBS의 '궁금한 이야기 Y'에서 함씨의 눈물겨운 출산기를 공개한다.
그녀는 미혼모다. 한때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는 임신 소식을 듣자 그녀의 곁을 떠났다. 배신감에 아이를 지울 생각도 했지만 병원에서 들은 아이의 심장소리가 함씨에게는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누구보다 다정하고 씩씩한 엄마가 되고 싶어 아이들의 태명도 '다정이'와 '씩씩이'로 지었다.
샴쌍둥이는 신생아 2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그나마 출산 중 95%는 사망한다. 100명 중 단 5명이 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함씨 아이들의 경우 심장이 하나여서 이 5%의 기적에 포함될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함씨가 무사히 쌍둥이를 출산하더라도 두 아이의 분리수술이 문제다. 의료진은 두 아이 모두 살리고 싶지만 심장이 하나 뿐이라 한 아이를 위해서는 다른 아이가 희생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였다.
8월 14일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함씨와 의료진 모두 초긴장 상태에서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됐다.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몸무게 4.9㎏의 쌍둥이는 형제였고, 초음파에서 본 모습대로 가슴부터 배까지 붙어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꼭 껴안고 있는 다정이와 씩씩이. 이들은 서로를 희생해야 살 수 있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기적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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