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가명ㆍ9)는 어릴 때 심한 경기를 일으켜 뇌가 손상되면서 지적장애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만 살고 있다. 지적장애 치료에 온통 신경을 쏟다 보니 다른 건강은 언감생심 챙길 여력이 없었다. 보건소 검진에서 전신마취로 이를 치료해야 한다는 얘길 듣고서야 치아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다혜네 집은 기초생활보장수급비용과 한부모가정지원금, 기초중증장애아동수당, 아버지가 보내는 양육비를 다 합쳐도 한 달 생활비가 80만원에 못 미친다. 100만원 넘는 치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랬던 다혜가 치과의사들의 재능기부로 장애인에게 무료 치과진료를 해주는 '사랑의 스케일링' 캠페인을 통해 건강한 이를 찾았다. 다혜 같은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기회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스케일링만 하는 것이므로 꼭 치과의사 아니어도 된다.
장애인 치과 진료 어려운 이유
다혜 같은 장애인은 치과 치료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어렵다. 일정 시간 동안 입을 벌리고 있기 어렵거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등 치료 중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중 맞닥뜨리는 빛이나 소리, 치료에 이용되는 기구에 심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폐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서장애나 중증 지적장애인, 선천성 기형이나 다른 의학적 문제 때문에 부분마취가 어려운 장애인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장애인의 경우 평소 구강위생 관리가 불충분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신체장애인은 정확하고 충분한 칫솔질이 어렵고, 지적장애인은 치아 관리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이 쉽지 않은 데다 구강위생 상태도 안 좋으니 치료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소득층 장애인은 치료를 아예 포기하기 일쑤다.
2003년부터 비영리단체인 스마일재단이 '사랑의 스케일링' 캠페인을 통해 바로 이런 장애인의 치과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스케일링을 하려는 사람들에게서 스케일링 비용만큼의 후원금(최소 5만원)을 받아 장애인 치과 치료 비용으로 쓰는 것이다. 후원금을 낸 사람들은 캠페인에 참여하는 치과를 찾아가 재단 사무국에서 받은 캠페인 참여증을 내면 추가 비용 없이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 치과의사들은 재단이 지원하는 진료비(장애인 한 명 당 평균 약 200만원)를 받고 추가 비용은 재능기부 형태로 감면해 장애인을 치료한다.
2003~2007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은 2008년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 1,117곳의 치과가 참여하고 있다. 해마다 3,000만~8,800만원이 모였고, 올해는 모금 상황이 썩 좋아 지금까지 약 8,900만원이다.
스케일링 때문에 이가 상한다?
스케일링은 잇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칫솔질을 아무리 잘 해도 시간이 지나면 치아 색이 변하거나 이 사이사이에 음식 찌꺼기가 끼는 건 피할 수 없다. 치아 표면에 엉겨 붙는 치태와 치석, 니코틴, 색소 등은 보통 칫솔질로는 없애기 어렵다. 스케일링은 이들을 제거하고 치아 표면을 윤기 나게 만들어준다.
스케일링을 하면 오히려 치아가 상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케일링 하는 동안 또는 끝난 뒤 이가 시리거나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조규성 교수는 그러나 "시린 느낌은 치석이 제거된 치아가 감각을 회복하기 때문이고, 흔들리는 느낌은 치아가 제자리를 잡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가 긁히는 느낌은 치석이 완벽하게 제거됐다는 의미고 출혈은 잇몸의 염증이 치료되는 과정"이라며 "모두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이가 건강한 사람은 1년에 적어도 2번, 담배를 피우거나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1년에 3번은 스케일링이 필요한지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캠페인 참여 방법은 스마일재단 홈페이지(www.smilefun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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