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높은 계열회사에 다른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부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에서는 40%에 불과한 현금 결제비율이 내부 거래에서는 73%에 달하는 등 계열사간 봐주기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12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주요 10개 회사의 2011년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68.52%로 전년(66.38%) 대비 2.14%포인트 높았다. 현대엠코(9.04%포인트)와 한컴(8.09%포인트)의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올랐으며 삼성에버랜드, SK C&C의 비율도 높아졌다. 반면 이노션과 현대오토에버 등의 내부거래 비중은 소폭 감소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대기업 총수나 총수 자녀의 지분이 많을수록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벌 총수 자녀의 지분율이 50%를 넘는 경우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56.3%에 달해, 총수 자녀가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경영권을 세습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금 결제방식에서도 계열사간 거래에서는 현금결제 비중이 72.9%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과 외부 납품업체 간 하도급 거래의 현금결제 비중(40.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반면 어음대체수단(2.89%)을 통한 결제의 비중은 하도급 거래(51.5%)의 18분의 1에 불과했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한 46개 기업집단 전체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186조3,000억원으로 전년(144조7,000억원)보다 41조6,000억원 증가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도 13.24%로 2010년말(12.04%)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그룹별로는 주력 계열사 간 수직계열화 정도가 높은 STX(27.6%)와 SK(22.1%), 현대자동차(20.7%)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또 내부거래 규모로 평가했을 때는 삼성(35조원), SK(34조원), 현대자동차(32조원), LG(15조원), 포스코(14조9,000억원) 순이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불합리한 거래 관행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거래 현황에 대한 공시 및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종과 회사에 대해선 감시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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