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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전세차입금 더하면 2000조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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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전세차입금 더하면 2000조 달해"

입력
2012.08.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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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1)씨는 요즘 '4,000만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면...' 하는 심정이다. 3개월 뒤면 전세 계약이 끝나는데 집 주인이 그만큼 올려달라고 통보를 한 탓이다. "아내가 알아보고 있지만 다른 집도 다 올라 옮길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1,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대출도 갚지 못하고 있는데다 부인 몰래 주식에 묻어둔 돈은 거의 4분의 1 토막(-64%)이 난 상태라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할 처지다. 그는 "이렇게 자꾸 전셋값이 오르면 내 집 마련은커녕 2년마다 빚을 내야 하고 또 그 빚을 갚느라 평생 허덕거리며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셋값 급등으로 무리하게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허리가 휘는 '렌트푸어'가 늘고 있다. 그나마 집은 가지고 있는 하우스푸어보다 더 딱한 무주택 서민이라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과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다.

그렇다고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집주인의 형편도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집주인 상당수가 전세를 끼고 집을 샀는데, 받은 전세금 역시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2년마다 갚아야 할 차입금인 만큼 전세금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빚이 늘어난다는 뜻도 된다. 게다가 집값은 떨어지고 있어 갑자기 전셋값이 하락한다면 전세금 반환이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세차입금도 가계부채 개념에 포함시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29일 '가계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통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추정한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907조8,000억원)을 감안하면 전체 가계부채는 2,000조원,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96%에 달하며, 보수적으로 평가하더라도 각각 1,600조원, 230%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부채 총액(1,000조원 육박)보다 두 배정도 많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전세차입금은 만기 2년, 일시 상환 형태의 자산담보부 부채지만 금융부채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집값 하락과 전셋값 상승'이라는 모순된 부동산시장 상황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가계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월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2% 늘었다. 2008~2010년 1조원 안팎이던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2조원대로 올라서더니 올 들어 5월까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주택 전세가격 종합지수'(100이 기준)는 7월 106.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35%나 올랐다. 서울이 평균 7,000만원 가까이 올랐으니 웬만한 지방 소도시 집 한 채 값이다.

2년 전과 비교해도 아파트 전세는 24.3% 올랐다. 2010년 2억원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계약을 갱신하고 2년을 더 눌러 살고 싶다면 5,000만원을 더 올려줘야 하는 셈이다. 모아둔 목돈이 없어 전세자금대출(시중은행 기준 금리 최대 연 6%)을 받으려고 하면 매년 300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일부 세입자들은 살던 집을 월세로 다시 계약하기도 한다. 한 세입자는 "전세금을 올려줄 방법이 없어서 계약금을 반(1억원)으로 줄이고 다달이 70만원을 내기로 했다"며 "급한 불은 껐지만 매달 목돈이 나가게 돼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할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여 계약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의 시름은 이래저래 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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