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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특허제도, 보호 아닌 소송무기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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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특허제도, 보호 아닌 소송무기로 변질"

입력
2012.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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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일방적 승리를 안겨준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 평결 이후, 미국의 특허 및 소송제도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특허권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게 되어있는 미 특허제도가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특허보호무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세바스티안 몰러비 미국외교협회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낸 기고문에서 지난 24일의 삼성전자와 애플소송에 대한 배심원단의 평결과 관련, "미국에 대한 믿음이 희석되고 있음 보여주는 객관적인 교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다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경쟁제품이 나오기까지 16개월간 500만대가 넘는 제품을 팔아 치웠고 같은 기간 애플의 주가는 미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보다 20%나 더 올랐다"고 전했다. IT 기업들의 경우엔 특허권이 아니라 최초의 혁신 제품으로서 보상만 받으면 충분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또 "이런 이유에서 미셸 볼드린 미 워싱턴대 교수 같은 이는 전세계 IT 업계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는 아예 특허권을 내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 법원 내에서도 현행 특허제도가 혁신적 경쟁자들의 등장을 막는 무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처드 포스너 시카고 연방법원 판사는 "최근 특허제도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기 보다는 침해자에게 징벌을 내리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이번 특허소송 1심 평결에서 유죄를 받은 곳은 다름 아닌 미국 특허"라며 "과연 매끈한 곡선 테두리를 가진 직사각형의 휴대폰들은 애플 것을 제외하고 모두 가게 선반에서 사라져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특허괴물'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기업들은 특허괴물과의 소송 비용으로 무려 290억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괴물이란 특허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취약한 기업들만 골라 손해배상이나 로열티를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와 관련,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모방자를 모방하다'란 칼럼을 통해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특허를 인정하면서 다른 기업을 괴롭히는 특허괴물이 탄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자가 승소할 확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 미만인 반면 미국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의 마이클 울프 칼럼리스트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1심 평결에 대해 "이번 소송 승리로 사과(애플)가 썩기 시작했다"며 "미국 특허제도는 보호장치가 아니라 소송을 위한 장치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애플의 이번 승리는 혁신을 가로 막는 자멸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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