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로 하룻밤 200대를 맞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실제로 이 문제가 존속살인 혐의를 다투는 법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고교생 A(19)군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A군이 숨진 어머니로부터 골프채로 하룻밤 200대를 맞았는지 여부를 놓고 피고측과 원고인 검사 쪽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피고측 변호인은 A군의 진술을 근거로 존속살인 배경에 심각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것을 핵심 재판전략으로 삼은 반면 검사는 터무니없는 일방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부가 골프채 폭행을 인정할 경우 상당한 작량감경을 할 것으로 보여 양측의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울 동부지법에 따르면 A군은 지난 3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A군 변호인 측은 "폐쇄적 분위기에서 골프채로 하룻밤에 200대를 맞는 등 7년 전부터 어머니의 학대가 심했다"고 주장했다.
학업성적이 상위권이었던 A군은 지난해 3월 13일 성적표를 조작한 게 들통이 날까 두려워 서울 광진구 다세대주택 자택 안방에서 낮잠을 자는 어머니 박모(51)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 동안 시신을 숨겨 뒀다. 같은 해 11월 이혼 문제로 집을 찾아온 A군의 아버지가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A군의 범행이 드러났다. A군은 어머니를 살해하기 전날 밤 골프채로 200대를 맞았다고 진술하는 등 모친의 지속적인 학대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200대를 맞으면 사람이 살 수 없는데 A군이 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도 사건 당시 A군의 심신미약상태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골프채 200대 폭행은 가능하지 않은 일로 보고 변호인 측 주장을 배척했다.
지난 21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조경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도 검찰은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아인데 범행 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에 A군 변호인은 '물량 공세'를 펼쳤다. A군이 골프채로 200대를 맞는 등 심각한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감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골프채로 200대를 맞더라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 주치의의 진술과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A군의 신체감정 자료다. 변호인은 자신을 학대한 존속을 살해하는 경우는 재범률이 낮아 호주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있다는 논문도 함께 제출했다. A군의 변호인은 "200대를 맞았다고 친모를 죽이는 게 정당하다는 건 아니다"며 "법이 먼저 A군의 학대 여부를 판단한 뒤 A군을 처벌할지 아니면 치료와 보호를 통해 사회로 돌려보낼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골프채 200대 학대 논쟁이 더욱 커지고 있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 어린이 나영이(가명) 주치의였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29일 A군을 변호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A군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 가량 방치한 행위는 패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면에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심각한 아동 학대가 있었다"며 "아동학대를 방치한 책임자를 도외시하고 A군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군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1주일 뒤인 내달 6일 열릴 예정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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