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9일 '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인 DCS에 대해 위법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결정의 배경을 보면 참으로 한심스럽다.
DCS는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되는 접시안테나를 없애고 대신 인터넷으로 방송을 전송해 주는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서비스다. 아파트 미관을 해치는 접시안테나를 달지 않아도 수많은 채널을 가진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 보니 가입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신종서비스에 가입자를 빼앗기게 된 케이블TV측은 '위성방송 아닌 편법 인터넷방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KT스카이라이프는 '접시안테나만 없앴을 뿐 위성방송이란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고 맞서왔다.
양 측 사이에서 고심하던 방통위는 이날 DCS에 대해 '위성방송과 인터넷TV의 조합으로 방송법, 전파법, 위성방송법을 벗어났으니 신규 모집을 하지 말라'고 시정권고를 내렸다.
이 권고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는 더 이상 DCS 신규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다. 위법인 만큼 기존 가입자 1만2,000명도 해지하는 게 맞지만, 방통위가 이용자 보호를 위해 기한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에겐 계속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위법인데 서비스가 이뤄지는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 기술적으로 보면 DCS는 잘못된 게 없다. 접시안테나만 없앴을 뿐, 위성으로 방송을 전송 받아 인터넷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위성방송으로 봐도 무리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방통위 내에서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근거하는 법규만 없을 뿐이다. 이계철 방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회 답변에서 "법으로 보면 위법이지만 기술로 보면 아니어서 고민"이라고까지 말했다.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방통위는 이날 시정권고에 덧붙여 새로운 기술에 맞춰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즉, 추후 법 개정을 통해 DCS의 허용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다. 반발하는 케이블TV업계를 의식해 한쪽으론 DCS 신규모집 중단결정을 내리고, 다른 한쪽으론 이에 반발하는 KT스카이라이프를 의식해 '법을 고쳐 허용해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텐데 언제까지 이런 어정쩡한 결론만 내릴 것인지.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문제를 뒤로 미루는 방통위의 전형적인 행태가 또다시 나타났다"면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언제나 이런 식이다"고 꼬집었다.
최연진 산업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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