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이 자진 사퇴하고 치른 첫 경기. 무거운 팀 분위기만큼 패색이 짙었다. 가을 야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넥센은 초반부터 거세게 한화를 몰아쳤다. 하지만 29일 대전 한화-넥센전의 승자는 홈팀 한화였다. 대전 독수리는 0-4로 뒤지던 경기를 단번에 뒤집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한화가 한용덕 감독대행에게 사령탑 데뷔전 승리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다. 한화는 이날 7-6 역전승을 거두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시즌 40승2무64패. 반면 갈 길 바쁜 넥센은 독기가 잔뜩 오른 한화에 일격을 당했다. 넥센은 50승2무53패로 승수와 패수의 차이가 다시 '-3'으로 벌어졌다.
이날 경기는 한 감독대행에게는 물론 한화 구단 전체적으로도 중요했다. 전날 한대화 감독이 전격 사퇴하며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퇴진하고도 연패가 길어진다면 팀 분위기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경기 초반까지는 한화의 가라앉은 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딘지 힘이 없어 보이던 한화 선수들은 먼저 4점을 빼앗기며 넥센에 끌려 다녔다. 넥센은 2회초 강정호가 무려 74일 49경기 만에 시즌 20호 투런포를 터뜨렸고, 5회엔 한화 배터리의 폭투를 틈타 2점을 추가했다.
그러나 한화 선수들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대량 득점으로 연결시켜 역전을 일궈냈다. 한화의 5회말 공격. 1사 후 8번 신경현, 9번 김경언, 1번 오선진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1점을 만회했다. 한화는 이어 2번 오재필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4번 김태균이 중전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불러 들였다.
3-4 한 점차로 추격한 상황. 여기서도 한화의 공세는 멈출지 몰랐다. 5번 이대수가 볼넷으로 출루해 다시 2사 만루가 됐고 6번 대타 장성호가 싹쓸이 3타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평소 한대화 감독이 간절히 바라던 '집중력'은 한 감독이 떠난 뒤에 마침내 발휘됐다.
김태균은 경기 후 "체력적으로 지치며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그 동안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며 "오늘 경기는 전임 한대화 감독님에게 바치는 승리다. 한대화 감독님을 위해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선발로 등판할 때처럼 약간 긴장되는 느낌과 함께 기대되는 느낌이었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봤고, 앞으로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잠실에서는 LG가 계투 작전을 앞세워 '서울 라이벌'두산을 3-0으로 제압하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올시즌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9승5패의 우위를 이어 갔다. 반면 두산은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를 국내 무대 첫 중간 계투로 등판시키는 강수를 띄웠지만 무기력한 공격으로 3연패에 빠졌다.
군산에서는 선두 삼성이 박석민의 시즌 22호 홈런에 힘입어 KIA를 4-0으로 제압했다. KIA는 5연승에 실패했다. 삼성은 3회 무사 1ㆍ2루에서 KIA 선발 소사의 실책으로 결승점을 뽑았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6.1이닝 2안아 무실점으로 시즌 5승(5패)째를 거뒀다.
인천에서는 이정민의 호투를 앞세운 롯데가 SK를 10-1로 꺾었다. 통산 5번째 선발로 나선 이정민은 최고 시속 148km의 직구를 앞세워 9년(3,254일) 여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8이닝 9안타 6삼진 무4사구 1실점. 마지막 선발승은 이승엽에게 아시아 신기록 홈런을 내주던 2003년 10월2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3연승을 거두며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SK는 불펜을 조기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2위 탈환에 실패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인천=이재상기자 ael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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