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 영양상태는 심각하다. 유엔개발계획의'2011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9년 사이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43.1%가 영양실조로 국제기준의 권장 키보다 작은 발육부진상태였다. 탈북 청소년(13~18세)과 또래 남한 청소년의 체격 비교는 충격적이다. 2005~2008년 입국한 탈북 청소년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키는 남자 13.5㎝, 여자 8.3㎝ 차이가 났다. 체중 차이는 각각 13.5㎏, 5.4㎏였다.
■ 북한군 입대 기준 키가 남한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인 142㎝까지 내려갔다는 보도는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발육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뒷받침한다. 만성적 영양결핍에 따른 왜소화가 계속 진행되면 북한 주민은 전혀 다른 인종이 될지도 모른다. 심각한 신체조건의 차는 통일 후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최근"발육부진을 겪고 있는 북한 어린이를 돕지 않으면 통일 후 우리민족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태풍 볼라벤 관통으로 북한은 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북상 중인 제14호 태풍도 북한을 관통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봄 가뭄과 7월 중순 태풍 카눈, 오랜 장마 등으로 큰 피해를 당한 북한이다. 식량난이 한층 심해지고,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는 더욱 나빠질 게 뻔하다. 국제사회는 앞 다퉈 북한 수해지원에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신중 모드다. 당장의 북한주민 고통은 외면하고'통일 항아리' 채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 민간단체들의 대북 수해지원과 어린이 돕기가 활발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북지원 시민단체'어린이어깨동무'의 활동가 김정혜씨가 운영하는'수북한 밥상'(수요일에는 북녘 어린이 한 명과 밥상을 나눠요)카페도 그 하나다. 매주 수요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카페 겸 식당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북한 어린이 한 명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나의 한끼 식사 수익이 북한 어린이에게 수북한 한 끼 밥상이 된다니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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