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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마주 앉은 北-日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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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마주 앉은 北-日 '기싸움'

입력
2012.08.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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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일본이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주중 일본대사관에서 정부간 과장급 회담을 열었다. 양국이 정부간 회담을 한 것은 2008년 8월 이후 4년만이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예비회담의 성격을 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향후 국장급 인사가 참여할 본회담의 의제를 조율했다. 그러나 양측의 요구가 달라 치열한 기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는 류성일 북한 일본과장과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은 8, 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적십자 접촉에서 북한에 있는 일본인 유골 반환 및 일본인의 북한 내 일본인 묘소 참배 허용 문제를 정부끼리 논의할 것을 제안했었다.

양측의 의견이 가장 엇갈린 부문은 일본인 피랍자 문제의 해결이다. 일본은 피랍자 문제를 본회담에 정식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회담 준비를 위한 사전 접촉 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납치 문제를 앞세우는 것은 회담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일부에서는 '6ㆍ28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경제 재건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이 경제 개발의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일제 통치의 보상금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북일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100억달러 가량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북한 경제의 돌파구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도,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등 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 러시아 등과 전방위 갈등을 겪으며 외톨이가 된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 일본에서는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한국과 격한 감정싸움을 하면서, 북일 관계 정상화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회담은 본회담의 의제와 시기 등을 정하는 예비회담으로 의제를 실질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면 본회담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30일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옮겨 계속된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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