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시전(市廛)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공급하는 대신 특정 물품에 대한 전매특허권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번성한 비단, 명주, 종이, 어물, 모시, 무명 등 6개의 물품을 파는 어용 점포를 육의전(六矣廛)이라고 불렀다.
육의전은 1412년(태종 12년)부터 1414년까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종로 5가에 이르는 도로변 좌우에 2,000여칸이 조성됐고 국가에서 관리했다. 육의전의 독점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누구나 자유롭게 상업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무너졌다.
2007년 서울 종로 탑골공원(사적 354호) 옆에 지상 8층짜리 건물을 지으려던 공사 현장에서 이 육의전의 유적이 나왔다. 이듬해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는 건물 신축허가를 내줄지를 놓고 고민하다 지하에 드러난 유적을 '현장 박물관'을 조성해 그대로 보존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주었다.
그 '육의전박물관'이 30일 개관한다. 박물관장은 문화유산시민운동가 황평우씨가 맡았다. 종로 2가 40번지 육의전빌딩 지하에 자리 잡은 육의전박물관은 전용 면적 505.33㎡(153평)에 유리로 덮어 발굴 현장을 그대로 노출한 공간은 283㎡(86평) 규모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피맛골(백성이 고관대작의 큰길 행차를 피해 잠시라도 자유롭게 다니기 위해 접어들던 골목) 일부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조선시대 문화층(총 6개 층)도 그대로 떠서 전시한다.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가면서 조선 후기부터 조선 초기의 거리형태를 차례로 감상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도심의 유적을 현장에 원형 그대로 보존한 것은 이곳 말고도 10월 개관하는 서울시 신청사 지하의 병기창 유적이 있다. 하지만 육의전박물관의 경우 민간에서 박물관으로 조성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 관장은 "문화재 보존과 개발의 상생 해법을 찾은 결과물"이라며 "고고학 발굴유적 전시관의 모범사례로도 꼽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간), 입장료 성인 3,000원(어린이ㆍ장애인 1,000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