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는 풍광이 아름다워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겨울의 눈 축제와 스키, 맥주로 유명한 삿포로를 비롯해 하코다테, 오타루, 시레토코 등 홋카이도의 잘 알려진 관광지에 비해 오비히로(帶廣)는 이름조차 낯설다. 삿포로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 닿는 인구 15만의 이 작은 도시는 식물성 유기물이 포함된 이른바 몰(황무지ㆍ습지를 가리키는 영어 ‘moor’의 일본식 이름)온천과 다양한 레포츠의 고장이다. 오비히로와 오비히로가 자리잡은 도카치 지역의 여름은 겨울 삿포로만큼이나 매력적이다.
홋카이도 남부, 태평양에 면한 도카치 지역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오비히로. 이 곳에는 일년 내내 관광객이 모인다. 파크골프, 승마, 트레킹 등 다양한 레포츠와 몰온천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다. 홋카이도 내 유명 관광지에 가려 잘 안 알려져 있어 호젓한 여행에도 안성맞춤이다.
몰온천은 갈대 등 자생식물이 오랜 시간 지하수와 함께 땅 속 깊이 퇴적, 부식하면서 식물성 유기물이 온천수에 다량 함유돼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효과가 특히 크다. 대규모 몰온천 지역은 전세계에 독일 바덴바덴과 이곳뿐이라고 한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자 보습제를 바른 듯 온 몸이 보드라워지는 느낌이 확 퍼진다.
시내 곳곳에는 파크골프장이 눈에 띈다. 유독 평지가 많은 홋카이도에는 지평선 멀리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잔디밭이 많다. 1983년 홋카이도에서 처음 시작된 이 레포츠는 골프와 룰이 거의 같다. 코스가 짧고, 볼이나 클럽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커 초보자나 어린이, 노인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볼이 공중에 거의 뜨지 않기 때문에 높이 날아온 볼에 다칠 염려도 없다. 그래선지 가족 단위로 편을 갈라 음료 내기 등 작은 게임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 전역에 1,000곳 이상이 운영 중이고, 애호가만 100만 명이 넘을 만큼 대중적인 이 레포츠의 또다른 인기 비결은 저렴한 가격이다. 게임 한 번 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클럽과 볼 등 장비 대여료와 골프장 사용료를 합쳐 500~1,000엔(7,000~1만 5,000원) 수준이다.
오비히로는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동계스포츠도 발달했다. 이중 컬링은 여름철 실내 아이스링크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규칙에 따라 커다란 돌을 얼음 바닥에 굴려 크게 그려진 원 안에 넣고 있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한 게임은 보기보다 꽤 어려웠다. 균형 잡기와 힘 조절이 관건인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굳을 대로 굳은 몸이 문제다. 오랜 시간 링크 안에만 있다 보니 얼굴은 빨개지고 콧물도 흘렀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왜 몇 시간째 링크를 떠나지 않는지 이해할 만 했다.
오비히로 시내를 벗어나 자동차를 이용해 북동쪽으로 1시간 남짓 달리면 테마별 트레킹 코스인 도카치 천년의 숲이 나온다. 축구장 100개 면적의 이 드넓은 숲은 이 지역 신문사가 2008년부터 가꾸고 있다. 신문 제작에 종이를 많이 쓰는 만큼 종이 원료인 나무를 가꿔 사회에 돌려주는 공익 활동이다.
도카치 천년의 숲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조성 취지에 따라 단순한 걷기부터 테마 정원, 전동 스쿠터인 세그웨이 체험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그웨이는 서서 타는데, 몸을 숙일수록 속도가 더 나고 몸을 젖히면 속도가 줄어든다. 세그웨이를 타고 광활한 잔디밭을 누비는 기분은 상쾌하다.
오비히로를 떠나 26일 잠시 들른 삿포로에는 홋카이도 마라톤 대회가 한창이었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이 대회는 매년 약 1만명이 참가한다. 올해도 26개국 1만여 명이 등록했으며, 한국에서도 20명 가량이 참가했다. 오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출발선을 나서는 마라토너들 표정에 환한 웃음이 맴돌았다. 마치 마라톤 완주 후 한 캔 들이킬 삿포로 맥주를 상상하듯.
홋카이도=글ㆍ사진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여행수첩
삿포로와 하코다테는 김포공항에서 바로 가는 직항이 있지만, 오비히로는 직항이 없어 도쿄를 경유해야 한다. 도쿄에서 오비히로까지 비행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삿포로에서 JR(일본철도)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끊거나 렌터카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삿포로에서 오비히로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몰온천은 오비히로 호텔 대부분이 운영하고 있어 숙박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단 여름철(7, 8월)은 일본 휴가철과 겹치는 만큼 예약이 필수다. 돼지고기덮밥(부타동)이 지역 별미다. 컬링과 도카치 천년의 숲도 별도 예약이 필요하다. 컬링은 교습과 게임 진행비를 합쳐 1시간에 1,000엔(약 1만 5,000원), 도카치 천년의 숲 입장료는 1,000엔이다. 문의 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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