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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 미술관 '마스커레이드' 展/ 변장… 고정관념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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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 미술관 '마스커레이드' 展/ 변장… 고정관념을 깨다

입력
2012.08.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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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가느다란 넥타이를 맨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보통 남성의 캐주얼 복장이지만 그가 여느 남성 같지 않은 건 짙은 메이크업과 마릴린 몬로를 연상케 하는 웨이브 가발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작가 크리스토퍼 마코스가 '레이디 워홀'(1981)이라 이름 붙인 사진 연작에서 워홀은 다소곳이 모은 다리와 손 모양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낸다.

말 한마디 없이, 요동치는 내면의 자아를 표출하는 변장을 테마로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 16인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8월 3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열리는 '마스커레이드(Masquerade)전이다. '마스커레이드'는 가장무도회를 뜻한다. 한국 미국 독일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다국적 작가들의 퍼포먼스가 담긴 영상과 사진 등 30여 점이 전시된다.

대외적으로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연극 배우, 사진가, 가수 등의 타이틀을 가진 이들 작가는 신화와 역사, 대중문화 등을 모티프로 변장과 역할극을 시도한다. 성과 계급, 인종의 경계도 쉬이 넘나든다.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이자, 억압된 감정에의 해방이다. 일종의 '카니발'인 셈이다. 그리하여 이들 작품은 때론 화려하고, 우스꽝스러우며, 한편으론 상당히 기괴해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존 켈리는 미국의 미남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배우다. 회화, 댄스, 오페라, 마임 등을 활용해 변장 퍼포먼스를 완벽한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는 뮤즈'는 그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신화, 예술 속 뮤즈로 변장해 등장한다. 35분 영상과 9점의 사진 속에서 화가 에곤 쉴레, 캐나다 뮤지션 조니 미첼, 마리아 칼라스의 가상의 딸로 등장해 계단 위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의 루머와 가십을 연출사진으로 재현하는 영국 사진작가 앨리슨 잭슨의 작업은 자주 논란을 일으킨다. 작가는 직접 고(故) 다이애나비로 변장하거나, 일반인을 셀러브리티로 분장시키는데, 파파라치가 몰래 촬영한 것처럼 보여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성 스캔들 현장과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다이애나비를 촬영한 장면은 감쪽같다.

한국 퍼포먼스 아티스트 니키 리의 작업방식은 한층 과감하다. 일시적인 변장이 아닌 펑크족, 스트립 댄서, 노인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 한동안 머물며 완전히 자신을 동화시킨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이들 집단의 복장, 피부색, 행동 양식 등을 고스란히 내면화한 후 촬영한 사진이 전시된다.

전시장에는 19금 영상도 있다. 다수의 변장 퍼포먼스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잭 스미스의 '황홀한 피조물들'(1963)이다. 당시엔 상영금지처분 되기도 했다. 동성애자, 여장 남자 등이 대거 등장하는 46분의 단편 영화는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작은 방에서 전시 동안 하루 네 차례 상영된다. (02)547-9177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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