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13억원(100만 달러) 밀반출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정연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돈의 출처에 대한 수사는 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9일 정연씨를 미국 소재 아파트 구매 중도금 명목으로 13억원을 미국 영주권자인 경연희(42)씨에게 보내면서 환치기 수법을 쓴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씨는 같은 혐의로 벌금1,500만원에 약식기소됐고, 13억원을 제공한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딸 정연씨를 기소하는 점 등이 감안돼 입건유예 처분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연씨는 2007년 9월 경씨 소유의 미국 뉴저지 포트임페리얼 아파트(허드슨빌라) 435호 매수 계약을 맺었고, 2008년 말 경씨가 중도금 지급을 독촉하자 "국내에서 현금으로 받아가라"고 요청했다. 경씨는 지인 이달호(45ㆍ카지노 매니저)씨와 이씨의 동생 균호(42)씨에게 돈 배달을 부탁했고, 정연씨는 이균호씨의 연락처를 받아 권 여사에게 알렸다.
권 여사는 친척을 시켜 경기 과천시 소재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현금 13억원이 들어있는 박스 7개를 이균호씨에게 건넸다. 경씨는 이후 또 다른 지인 은모씨를 통해 환치기하거나 자동차 수입대금을 가장한 돈을 송금받았다. 검찰은 정연씨가 해외 부동산 취득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이 같은 방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권 여사를 2차례 서면 조사한 데 이어 지난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방문 조사했으며, 지난 24일 정연씨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정연씨는 "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모른다"고 진술했으며,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지인들과 퇴임 이후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온 지인들이 (나에게) 준 돈을 모아 보관했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권 여사가 인간적인 정리상 (돈 제공자의) 신원은 밝히기 어렵다고 하고, 전액 현금이어서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돈의 출처에 대한 추가 수사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수사가 계속될 경우 이미 2009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 노 전 대통령 뇌물 의혹사건 수사 재개로 비춰져 검찰이 정치적 공세를 감당해야 하는데다, 출처가 밝혀져도 수사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미 2009년 수사 당시 관련 자금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은 올해 초 이씨 형제가 돈 전달 사실을 한 언론에 폭로한 후 지난 1월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수사 의뢰를 하자 정연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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