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54ㆍ사진) 조달청장이 "정부기관의 구매력을 활용해 몇몇 정유사의 입김에 좌우돼 온 국내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저장시설을 갖추지 못한 공공기관의 차량용 유류를 공동구매해 10월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공동구매 물량은 5억ℓ(휘발유 2억5,000만ℓ, 경유 2억5,000만ℓ)로 금액으로는 8,84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에 소재한 조달청 등록 4만4,000여 소량 구매기관의 1년치 사용물량(21억ℓ)의 4분의 1수준이다. 내년에는 전체 사용물량(3조8,000억원상당)을 공동구매할 계획이다. 또 대규모 저장시설을 갖춘 국방부, 경찰청, 철도공사 등이 사용하는 7억ℓ도 단가계약을 통한 직도입 방식으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강 청장은 이 같은 유류 공동구매를 통해 구매력을 강화하면 과점 정유사간 경쟁 촉진과 가격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번 첫 입찰에는 GS칼텍스와 SK네트웍스 등 2개사가 참여해 기술 및 가격평가를 거쳐 GS칼텍스(제휴카드사 신한카드)가 계약자로 선정됐다. 계약기간은 1년. 이번 계약으로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은 전국 GS칼텍스 가맹 및 협약주유소 2,099개에서 시중 판매가보다 ℓ당 80원 가량 기름을 싸게 공급받는다. 이로 인해 정부 재정도 연간 350억원 가량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강 청장은"공공부문이 국내 유류소비시장의 7.7%(28억3,000만ℓ)를 구매하고 있으면서도 기관별로 구매해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공동구매로 전환하면 유류가격을 낮춰 예산절감은 물론 궁극적으로 유가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 공급가격이 낮아지면 민간에도 그보다 비싼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기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는"민간 기관들도 가격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구매를 추진하라"고 권유했다.
강 청장은"직원들에게 물품조달 등 집행기능을 넘어 정책현안을 조율할 수 있는 정책부서로 변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정부 구매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육성 및 서비스 산업 발전 등 정책사항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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