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28일 중국을 찾았다.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지원 아래 6월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이 된 그가 중동 이외의 국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무르시 대통령이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찾았다는 것은 친미 성향을 보여 온 이집트의 외교 노선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신화통신은 이날 무르시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무르시 대통령이 비아랍 국가 중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그만큼 중시하겠다는 뜻"이라며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집트와 중국은 모두 고대 세계 문명국"이라며 "이런 공통점이 양국 교류와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동안 중국에 머물 무르시 대통령은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등과도 면담한다.
무르시의 방중 목적은 이집트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있다. 중국신문사는 양국이 발전소ㆍ담수화 공장 건설 등 경제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번 방중에 장관급 인사 7명과 기업인 70여명이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이집트의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간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시리아 유혈 사태 등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외부 세력의 무력 사용을 같은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방중 후 30일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 참석차 이란을 방문한 뒤 다음달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양제츠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다음달 4~5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28일 밝혔다. 5월 양국 전략경제대화 참석 이후 4개월 만에 중국을 찾는 클린턴 장관은 이번 외무장관 회담에서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및 남중국해 분쟁, 시리아 사태, 이란ㆍ북한 핵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후 주석, 원 총리 등 수뇌부들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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