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8일 전태일재단을 찾아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했지만 쌍용차ㆍ기륭전자 노조원 등의 물리적 저지와 일부 유족들의 거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박 후보는 대신 전 열사 흉상 등을 찾아 "산업화ㆍ민주화 세력이 화해ㆍ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후보의 방문 소식을 접한 쌍용차 노조원 등은 서울 창신동 전태일재단 앞 골목에서 '진정한 반성 없는 정치놀음을 중단하라'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 후보의 진입을 미리 가로막았다. 전 열사의 동생 태삼씨도 "'전태일 정신' 없이 재단에 찾아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일방적"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모든 사람에게 정당화하려는 독선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삼씨는 박 후보에게 쌍용차 해고자 영정이 있는 대한문 분향소 방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골목 입구에 도착한 박 후보는 박계현 재단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너무 불편하게 해드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제가 가서 뵙지 못하고 또 다른 기회를 보도록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박 후보는 당초 전 열사 모친 이소선 여사 1주기를 맞아 이 여사를 추모하고 전 열사의 분신 당시 옆에 있었던 김영문씨 등을 만날 예정이었다.
박 후보는 대신 전 열사 흉상이 있는 청계6가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 곳까지 따라온 노조원들은 박 후보가 흉상에 묵념한 뒤 헌화하려는 순간 흉상 앞에 드러눕고, 박 후보 측이 준비한 조화를 발로 차기도 했다.
이 같은 소란 속에 박 후보는 5m가량 떨어진 전 열사 분신 장소로 이동해 전 열사의 친구였던 김준용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전문위원과 3분 가량 대화한 뒤 현장을 떠났다. 김 전문위원이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실 거죠"라고 묻자 박 후보는 "네, 꼭 그렇게 하겠다"며 "오늘 못 뵌 분들과 유족들에게도 뜻을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 열사의 동생인 민주통합당 전순옥 의원은 이날 재단 방문 무산과 관련, "박 후보가 좋은 취지로 재단을 방문하려 한 것이지만 재단 건물을 찾는 것이 전태일 정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며 "재단 방문보다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진정으로 전태일 정신을 생각한다면 쌍용차나
용산참사 희생자 등 고통 당하는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은 재단 방문 무산에도 불구하고 대통합 행보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박 후보가 5ㆍ16 쿠데타 등 과거사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 상징적 장소를 방문하는 일정을 지속할 경우 대통합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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