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0만명이 몰린 수도권 지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은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서해상을 북상하면서 초고속으로 지나가버린 덕이다. 비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 '마른 태풍'소리를 들었던 2010년 태풍 곤파스의 재판이었던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볼라벤은 우리나라 제주 및 서해안과 100~200km의 거리를 유지한 채 시속 40km 이상의 속도로 북상했다. 28일 오후2시쯤 서울에서 가장 근접한 거리인 서쪽 120km 해상을 지날 때는 시속 52km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평균 시속 20~30km로 이동하는 것과 비교 했을 때 두 배 이상 되는 속도다. 곤파스도 당시 한반도 상공을 무려 시속 50km 대의 속도로 4시간 만에 관통, '쾌속태풍'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두 태풍이 장애물이 없는 바다를 통해 북상했고 육지에 가까워 질 때쯤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면을 타고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아 이동 속도가 높아졌다"며 "태풍의 이동속도가 빠를수록 체류기간이 짧아 비바람 피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002년 태풍 루사는 최악의 재산피해(5조1,479억원)와 일 최다강수량(870.5mm)을 기록했던 이유도 느린 이동속도(18~23km)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이동 속도가 빨랐던 탓에 바람의 위력은 강했던 대신 강수량과 비피해도 적었다. 볼라벤은 27일부터 제주 및 남해안 지방에 100~350mm의 비를 내린 후 서울 등 수도권에는 50mm 내외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곤파스는 수도권을 관통하는 바람에 문산ㆍ연천 등 경기 북부지방에만 100~140mm의 비가 왔을 뿐 서울엔 40~50mm 정도 내리는 데 머물렀다.
반면 볼라벤의 순간최대풍속은 28일 오전 완도에서 초속 51.8m에 달해 1937년 이래 역대 다섯 번째 강풍으로 기록됐다. 반면 수도권을 통과할 때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40m였다. 한편 곤파스는 당시 순간최대풍속 45.4m(흑산도)를 기록했고 1,674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