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문화원의 연합 기구인 한국문화원연합회가 30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각 지역의 향토 문화 발굴 및 보존, 전승으로 문화발전에 기여해 온 전국 229개 지방문화원의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1962년 연합회 창립 이후 반백년 만의 첫 모임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문화의 심장'을 내세운 기념행사에선 비전 선언문 낭독, 유공자 표창, 다채로운 축하공연 등이 펼쳐진다.
오용원(63) 연합회 회장은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곳곳에서 한류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 그 뿌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더욱 깊고 튼튼한 뿌리로 한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지방문화원 회원들이 결의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문화원은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이 대중화 하기 전이던 1970, 80년대까지 지역문화의 요람이었다. 오 회장은 "70, 80년대 젊은시절을 보낸 베이비붐 세대 중에 지방문화원 덕을 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던 곳이었지만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면서 급속도로 쇠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한류 붐과 함께 지역문화원의 역할과 기능이 재조명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문화 선진국들이 한국의 지방문화원과 같은 기관을 통해서 문화 선진국이 됐다는 게 오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문화의 출발은 지방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창립 50년을 맞은 연합회의 시급한 과제는 지역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렌지', '프랑스 와인'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보르도 와인'으로 불렸을 때 선명하고 강한 이미지를 갖는 것처럼 각 지역의 문화를 독특한 환경, 스토리와 결합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원 강릉문화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 최대의 콘텐츠 기업인 월트디즈니만 보아도 그 콘텐츠는 모두 미국의 지역 문화와 전통이 현대의 기술로 포장된 것들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의 출발은 언제나 지방이고,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강릉단오제에 고무된 오 회장은 강원 정선아리랑과 경남 밀양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연합회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아리랑을 자신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논란이 일었지만 우리가 한국아리랑이 아닌 각 지역 아리랑으로 승부를 걸면 결국 이기게 돼 있습니다."
그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을 보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고 했다. "얼핏 봐선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의 역사서 중의 하나인 <삼국지위지동이전> 을 보면 '조선인은 춤과 노래에 능하다'고 적혀 있어요. 각 지역별로 있는 아리랑, 창, 농악 등의 오랜 우리 전통과 문화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죠. 정부 행정의 사각지대 속에서도 그 전통 문화 보존 육성에 힘쓴 지방문화원은 한류발전소죠." 삼국지위지동이전>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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